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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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대림 제2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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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0-12-06 ㅣ No.60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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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대림 제2주간 월요일 - 루카 5,17-26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삶의 본질, 일어섬>

 

 

    과로와 고혈압이 겹쳐 그만 쓰러져버린 한 형제를 안타깝게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조심했었어야 됐는데, 하고 후회막심이었지만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몸 전체의 4분의 3정도가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퇴원 후에는 꼼짝없이 방안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워낙 자존심이 세고, 의지가 강한 분이었기에 즉시 재활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잘 나가던 시절, 홍길동 이상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던 분이었는데, 이제 자기 힘으로 홀로 서기도 힘듭니다. 한 발자국 발걸음 옮기는데 5분은 걸립니다. 마침 제가 댁을 찾았을 때도 안간힘을 다 쓰며 걷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혼자 힘으로 걸어서 침실로 돌아오던 그 형제 입장에서 큰 난관에 직면하고 있었는데, 높이 5cm 남짓한 문턱이었습니다. 그걸 넘어서기가 그렇게 힘들어서 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한 가지 크게 깨달았습니다. 정상인 입장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장애우들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큰 장벽들이 많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뒤로는 어디를 가나 장애우 입장에서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는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우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소홀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중풍환자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습니다. 병세가 깊어질 대로 깊어진 그 환우는 걷기는커녕 자기 힘으로 일어서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평상에 누인 채’ 예수님 앞으로 이동되어 왔습니다.

 

    연민의 예수님, 측은지심의 예수님, 해방자이신 예수님, 우리 모두의 자유와 구원만을 바라시는 예수님께서 고통 중에 있는 중풍병자를 그냥 돌려보내실 수 없었습니다. 그 가련한 중풍병자를 향해 이렇게 외치십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인류학상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직립(直立)입니다. 자신의 두 발로 바로 서는 것입니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일어섬으로 자신의 생명을 발현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합니다. 생명은 바로 일어섬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중풍병자는 오랜 세월 그냥 바닥에 누워있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는 살아있었지만 사실 죽어있었습니다. 목숨은 붙어있었지만 사실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중풍병자가 오늘 예수님의 자비로 인해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그는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0으로 건너온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과제가 한 가지 있군요.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살아있지만 진정으로 살아있지 못한 사람, 숨은 붙어있지만 정신이 다 빠져나가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는 사람, 스스로 일어서지 못해 늘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 그들에게 우리의 힘과 에너지를 보태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이웃들의 일어섬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계십니다.

 

    삶의 본질은 일어섬입니다. 사실 참된 신앙이란 것은 죄와 죽음의 세력을 떨치고 일어서는 것입니다. 부활이란 말의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 불어, 독일어는 모두 '일어섬'을 뜻합니다.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거들랑 그 돌 끌어안고 일어서라. 나는 넘어짐으로 행복하였고 일어섬으로 더욱 행복하였노라.”(일어섬에 대하여 -손희락-)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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