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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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4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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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7-08 ㅣ No.148168

지난 연중 제11주일이었습니다. 강론을 준비했는데 평소처럼 입에 맴돌지 않았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삼국지에 나오는 시를 인용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습니다. 그날 성서 말씀의 주제는 하느님의 축복으로 열매를 맺는 이야기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시들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 주시고 이스라엘 백성은 생기를 얻어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농부가 씨를 뿌리면 저절로 줄기가 나고, 이삭이 열리고,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고 하였습니다. 아주 작지만 자라면 새들이 와서 쉴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자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미사 시간은 가까워지는데 생각은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득 텃밭이 생각났습니다. 텃밭에 오이, 상추, 미나리, 쑥갓, 고추, 가지, 피망을 심었습니다. 모종으로 심었는데 지금은 제법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미나리, 쑥갓, 상추는 몇 번 먹었습니다. 현실에서 텃밭은 저절로 자라지 않았습니다. 식탁에 오르는 채소는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더운 날에는 매일 물을 주어야 합니다. 모종을 심기 전에 거름을 주어야 합니다. 물이 잘 스며들도록 고랑을 내어야 합니다. 지지대를 세워주어야 합니다. 늘 입던 편한 옷을 입은 것처럼 생각이 정리되었습니다. 목수였던 예수님께서는 농사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지 않았나 생각 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비유로 말씀하셨지만 제자들에게는 따로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지 않으면 인간의 노력이 헛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축복은 인간의 노력이 함께 할 때 더욱 빛이 납니다. 철학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시를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편했던 강론을 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야곱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하느님, 네 아버지의 하느님이다. 이집트로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그곳에서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 나도 너와 함께 이집트로 내려가겠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너를 다시 데리고 올라오겠다.” 하느님께서는 낯선 땅으로 가는 야곱에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함께 가겠다고 하셨습니다. 야곱은 죽은 줄 알았던 아들 요셉이 살아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으며 먼 길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야곱에게 한 가지 말씀을 더 하셨습니다.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여라. 그러면 너는 길이 살리라.”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지, 어디에 있든지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야곱에게 용기를 주셨던 것처럼 제자들에게 용기를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제자들은 나중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의 의미를 알았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환난과 박해 속에서도 복음을 전할 수 있었고, 목숨을 바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맞습니다. 주님을 믿으면서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을 믿으면서 우리는 인내를 배우게 됩니다. 주님을 믿으면서 우리는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면 오늘 화답송의 말씀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주님은 올바른 것을 사랑하시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 버리지 않으신다. 그들은 영원히 보호받는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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