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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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사순 제3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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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1-03-28 ㅣ No.6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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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사순 제3주간 월요일-루카 4,24ㄴ-30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

 

<고단수 예수님>

 

 

    좋은 지도자, 제대로 된 리더로 존재하려면 ‘고단수’가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리 예비 신부님, 수사님들을 교육시키는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끊임없는 격려, 칭찬, 용서, 관대한 수용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뿐이라면 큰 발전이 없습니다. 나태해지기 쉽고 흐트러질 가능성도 많습니다. 한 마디로 ‘군기’가 빠지지요.

 

    그래서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자극입니다. 때로 정확하게 부족함을 지적해줘야 합니다. 때로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따끔하게 야단도 쳐야 합니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강경일변도로 나가게 되면 교육의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적당한 순간을 포착해서 풀어주어야 합니다. 윤활유를 쳐줘야 합니다.

 

    밀고 당기고, 쥐었다 풀었다를 계속 반복해가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이런 모습을 잘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지혜가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공생활 기간 동안 보여주신 예수님의 모습은 ‘할 말은 한다’는 주의였습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참으로 꼴불견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속에 든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갖은 허세를 부리면서 거드름을 피우던 율법학자들, 교만과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던 바리사이들의 한심한 모습을 예수님은 절대로 간과하지 않으셨습니다.

 

    솔직하게, 느끼는 그대로, 나오는 그대로의 말씀을 직설적으로 던지셨습니다. 폼 좀 그만 잡으라고, 깊이 반성하라고, 빨리 하느님께 돌아오라고 하고 싶은 말씀을 가감 없이 던지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선민의식, 우월감에 잔뜩 사로잡혀 있던 유다 사람들을 향해 직격탄 한방을 날리십니다.

 

    “심한 기근이 들었을 때 예언자 엘리야는 유다인들에게가 아니라 시돈 지방 사렙타의 과부에게만 파견되었다.”

 

    “수많은 나병환자들 가운데 치유받은 사람은 유다인들이 아니라 시리아 사람 나아만이었다.”

 

    정곡을 찌르는 예수님의 말씀에 분기탱천한 사람들은 합세해서 예수님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갑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입니다.

 

    그런 순간 한 마디만 더 하면 건너오지 못할 강을 건너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위기 상황을 파악하셨던 예수님께서는 즉시 입을 닫으십니다. 이제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이제 남아있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니, 이제 됐다, 하시면서 침묵 중에,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그들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십니다.

 

    강약조절, 치고 빠지기에 전문가이신 예수님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상처받고 고통당하는 우리들에게 오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처신은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관계 안에서 중요한 것이 적정선입니다. 때로 넘어서지 말아야 될 선은 넘지 말아야 합니다. 넘어서게 될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참담한 현실이요, 때로 죽음과도 같은 현실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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