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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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부엌일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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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1-12-19 ㅣ No.5302

부엌일보다 중요한 것

 

 내가 사는 아파트 옆 호에 젊은 새댁이 살고 있다. 얼마 전 이사 온 그들 부부는 참 행복해 보인다.

 

주말에는 김밥을 싸서 아침 일찍 가까운 공원이나 산을 찾아 떠나며 4년째 매달 한 번씩 고아원에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른 사람과 나누며 사는 그들에겐 현세라는 이름의 네 살바기 아들이 하나 있다.

 

현세도 역시 먹을 것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나눠 주고, 옆집 아줌마인 나에게 꼬박 꼬박 인사도 잘한다.

 

요즘 아이답지 않게 똑똑하면서도 예의바른 현세는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어느 날 새댁이 호박죽을 끓였다며 점심 식사에 나를 초대했다. 내가 갔을  때는 냄비에서 모락모락 김이 솟아오르고,

 

달콤한 냄새가 벌써 콧잔등을 간지 르고 있었다. 현세는 부엌에 와서 바쁜 엄마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있었는데

 

새댁은 한번도 귀찮은 내색 없이 대답해 주었다. 호박은 넝쿨에서 언제  열매가 달리며, 호박죽은 또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를 세세하게 설명했다. 호박죽을 맛있게먹고 난 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데 이번에는 현세가

 

방 안에서 사진 한 장을 들고 나왔다. 지하도 구석에 엎드려 있는 섹스폰을  부는 거지의 사진이었다.

 

"가난하고 아파서, 돈을 벌 수 없는 할아버지란다. 이런 분들에게 먹을 것도 나눠 주고 돈도 나눠 주고...."

 

열일 제쳐 두고 아이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하는 새댁에게 나는 "새댁은 참 속도 좋아"하고 말했다.

 

그런데 새댁의 대답을 듣곤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부엌일이야 나중에 해도 되지만 우리 아이는 두 번 다시 똑같은 질문을 하지 않은 텐데요!"

 

나는 싱긋 웃어 보였지만 현세에게 유달리 정이 가는 이유을 알게 되었다.

 

아들 현세도 그들 젊은 부부의 따뜻한 마음을 닮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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