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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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봉헌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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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6-02-02 ㅣ No.102191

명동 교구청에서 남산 산책로는 10분가량 걸립니다. 10분만 걸어가면 2시간 정도 아름다운 남산의 산책로를 걸을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남쪽의 한강을 볼 수도 있고, 북쪽의 산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모처럼 남산을 걸었습니다. 작년에는 3번 정도 남산을 걸었습니다. 많은 날들이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지 못하였습니다. 올해는 시간이 허락하는 날에는 남산과 친구가 되려 합니다.

 

하면 좋은 것들이 많습니다. 책을 읽는 것, 기도하는 것, 자주 웃는 것, 가진 것을 나누는 것,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것들에 푹 빠져서 우리는 하면 좋은 것들을 굳이 외면하면서 지내는 것 같습니다. 하면 좋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과음하는 것, 늦게 자는 것, 지나친 텔레비전 시청, 미워하는 것, 원망하는 것, 자만하는 것, 교만한 것, 시기하는 것들입니다. 그것들이 나의 몸과 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데도 우리는 마치 불 속으로 날아가는 나방처럼 그렇게 지내곤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자주 하시던 말씀입니다. ‘세상에서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입니다. 더 멀고 힘든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우리의 생각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우리가 마음먹은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봉헌 축일입니다. 많은 본당에서 오늘 1년 동안 전례에 사용할 초를 축성합니다. 봉헌 축일에 초를 축성하는 것은 초가 가지고 있는 3가지 특성 때문입니다. 초의 3가지 특성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삶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첫째, 초는 밝은 빛을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 진리의 빛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둘째, 초는 따뜻함을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절망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 나의 멍에는 가볍고, 편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외로운 이들, 슬퍼하는 이들은 모두 나에게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들을 용서하셨습니다. 돌아온 탕자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마음은 곧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셋째, 초는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서 세상을 밝게 비추는 것입니다. 이는 곧 예수님의 희생과 십자가를 의미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고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십자가의 희생은 가장 숭고한 봉헌입니다. 그것이 우리 구원의 시작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고난의 잔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을 박해하고, 십자가에 매달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솔직하게 아프다고, 원망스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주님께서는 이제 모든 이를 위한 모든 것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신앙이 있는 곳에, 당신의 몸을 성체의 모습으로 나누어 주십니다. 봉헌은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봉헌은 나에게 잘못한 이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입니다. 봉헌은 나의 허물과 잘못까지도, 나의 원망과 실망까지도 하느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봉헌은 나의 삶을 이웃들을 위해서 나누는 것입니다.

 

주님의 봉헌축일을 지내면서 제가 좋아하는 한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春蠶到死絲方盡(춘잠도사사방진) 蠟炬成灰淚始乾(납거성회루시간)” 뜻풀이는 이렇습니다.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뽑기를 그치고, 초는 재가 되어서야 눈물이 그친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슴에서 발까지의 긴 여행을 기쁜 마음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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