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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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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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mic2885] 쪽지 캡슐

2015-01-30 ㅣ No.83790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텅빈 나


텅 빈

    나는 참 수많은 강을 건넜습니다.

    강을 건널 때마다 거기엔 이별이 있었고

    이별을 가질 때마다

    나는 하나씩 내 소중한 것들을 내주었습니다.

    헤엄쳐 건너면서 옷을 벗어주었습니다.

    뗏목으로 건너면서 보석들을 주었습니다.

    배로 건너면서 마지막 남은 동전조차 주어버렸습니다.


    나는 참 수많은 산들을 넘었습니다.

    산을 넘을 때마다 거기엔 이별이 있었고

    이별을 가질 때마다

     나는 하나씩 내 소중한 것들을 건네주었습니다.

     벼랑에 매달리면서 슬픔을 주었습니다.

    비탈에 오르면서 기쁨을 주었습니다.

    고개를 넘으면서

     마침내 당신에 대한 그리움까지도 주어버렸습니다.

    나는 참 수많은 산과 강을 넘고 건너왔기에

      내겐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더불어 당신께 드릴 것이 없습니다.


      나는 텅 비어 있으므로

      지금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닌 나를

      당신께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텅 빈 나를 더 반기실 줄 아는 까닭에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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