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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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죽을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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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1-10 ㅣ No.3137

1월 11일 금요일-루가 5장 12-16절

 

"주님, 주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 주실 수 있으십니다."

 

 

<이왕 죽을 목숨>

 

언젠가 악성 피부병에 걸려 몇 달간 지독한 고생을 하면서 "나환우들이 겪는 고통이 정말 보통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진하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가려움을 참기가 너무 힘들어 "PM을 바르면 좀 따갑겠지만, 아마 빨리 나을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 그걸 좀 발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왠걸! 너무나 쓰라린 나머지 펄쩍 뛰다 머리가 천장에 부딪히기까지 했습니다.

 

치료를 위한 마땅한 약도 없었고, 사회로부터의 냉대 역시 극심했던 예수님 시대, 나병환자들이 겪던 고초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그들은 부정하다고 여겨져서 사람들이 사는 성문 안으로는 들어올 수도 없었습니다. 레위기 13장에 따르면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옷을 찢어 입어야만 했고, 또 머리를 풀어 윗수염을 가려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가오면 "나는 부정한 사람입니다."하고 외쳐야만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환자의 증세는 상당히 심각했습니다. "온 몸이 나병으로 문드러진"이란 표현을 통해 이 환자의 나병은 이미 온몸으로 퍼져나가 더 이상 회복의 가능성이 없었던 중증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병환자는 목숨을 걸고 최후의 방법을 시도합니다. 당시 율법에 따르면 나병환자는 성문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이왕 죽을 목숨, 죽을 때 죽더라도 예수님 그분께 한번 매달려보자. 이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사느니 한번 목숨을 걸고 그분을 만나보자" 하며 성문 안으로 들어올 계획을 짰습니다.

 

이런 그에게 더 이상 체면도 부끄러움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소재를 파악한 나병환자는 냅다 성문 안으로 달려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지할 틈도 없이 예수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습니다.

 

예수님의 발 앞에 무릎을 꿇은 나병환자의 머릿속에는 나병으로 인해 갖은 고초를 겪어왔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을 것입니다. 복받치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나병환자의 목숨을 건 시도는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이토록 가련한 그의 모습을 자비의 하느님께서 어찌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목숨을 건 나병환자의 대시에 예수님 역시 목숨을 거십니다. 예수님께서도 율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나병환자의 소원을 들어주십니다. 너무나 가엾은 처지에 놓인 나병환자의 간절한 눈망울을 바라보시던 예수님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파 왔습니다. 자동적으로 예수님의 손은 나병환자의 어깨를 감싸 안으십니다. 그에게 다시금 잃었던 생명을 되찾아 주십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분은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십니다. 지척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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