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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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환공과 어느 목수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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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완 [mok9514] 쪽지 캡슐

2014-09-06 ㅣ No.82760

 

제나라 환공과 목수와의 대화

 

 

중국 춘추전국 시대 군주인 환공이 방안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수레를 만드는 목수가 뜰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문득 망치와 끌을 놓고 일어서더니 환공에게로 와서 물었다.

“좀 여쭈어보겠습니다. 왕께서 지금 읽고 계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환공이 “성인의 말씀이다.” 목수는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 성인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환공의 대답, “오래 전에 죽었지.” 그 말을 듣고 목수가 “그렇다면 왕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이 남긴 찌꺼기이군요.” 환공이 화가 나서 “한낱 수레 만드는 목수인 주제에 네가 무엇을 안다고 함부로 나불거리는거냐. 네가 지금 한 말에 대해서 이치에 맞는 설명을 하지 못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우리라.”

목수가 대답하였다. “저는 어디까지나 제 일에서 터득한 경험으로 미루어 말한 것입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너무 깎으면 헐거워서 쉽게 빠져버립니다. 또 덜 깎으면 조여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더 깎지도 덜 깎지도 않게 아주 정밀하게 손을 놀려야 합니다.

그래야 바퀴가 제대로 맞아 제가 원하는 대로 일이 끝납니다.

그러나 그 기술은 손으로 익혀 마음으로 짐작할 뿐 말로는 어떻게 다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 요령을 심지어 제 자식 놈한테조차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으며 자식 놈 역시 저한테서 배우지 못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이 일흔이 넘도록 저는 제 손으로 수레바퀴를 깎고 있어야 합니다. 옛날 성인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분명하게 깨달은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고스란히 전하지 못한 채 죽어갔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왕께서 읽으시는 그 글이 그들이 뒤에 남기고 간 찌꺼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 장자의 외편 천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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