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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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무엇을 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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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osspaolo] 쪽지 캡슐

2002-05-30 ㅣ No.3730

주님께서

장님 거지 바르티메오에게 물으신다.

<네가 나에게서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그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게

<주님, 제 눈을 뜨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한다.

 

오늘 만약 주님께서 나에게

<바오로야, 너 나에게서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하고

물으신다면, 나는 무엇을 청할 것인가?

매일 기도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정작 간절히 바라는 바가 없음을 발견하고는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내가 무슨 기도를 하고 있는 거지???>

 

그분께서 나에게 <무엇을 바라니?>하고 물으셔도

나는 <글쎄요, 이것도 필요한 것같고, 저것도 필요한 것

같은데... 뭐 없어도 그리 문제되지는 않아요...>

받은 것이 너무도 많아서일까?

별로 청할 것이 없네...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에나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

<전쟁과 불화가 있는 곳에 진정한 평화를 주십시오.>

<교회가 좀더 가난한 자들의 교회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프지 않게 해 주십시오.>

<돈이 좀더 있으면 좋겠는데...>

<아들 장가나 잘 가게 해 주십시오.>

<어머니 건강하게 사시다 돌아가시게 해 주십시오.>

 

물론 이러저러한 청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리되면 좋겠지만 안된다하더라도 별로 불만은

없다.

 

며칠 전 수도원 형제들이 오붓하게 수도원 뒷마당에서

성모의 밤 행사를 가졌는데,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는

내용을 적어서 초와 함께 봉헌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별로 청할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장고 끝에

<좀더 맑게 묵상하며 살게 하소서.>라고만 써서 봉헌

하였다.

크게 바랄 것도 없고 그냥 좀더 맑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램 밖에는...

 

바르티메오는 거지였는데, 거지 중에서도 장님이었으니

상거지였으리라. 바르티메오는 부자가 되게 해 달라든지

높은 사람이 되게 해 달라든지 자신의 신세를 완전히

역전시킬 수 있는 처지로 변하게 해 달라는 청을 하지는

않았다. 거지 신분을 부정하고 불만스럽게 생각하기보다는

눈만이라도 뜨게 해주시면 <정상적인 거지>의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소박하면서도 욕심없는 청일지도 모른다.

또 그것은 실제로 그렇게 되었지만

<예수님을 따르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주님께서 나에게

<너, 무엇을 바라니?> 하고 물으신다면,

가장 소박한 바램을 주님께 단순하게 올려보자.

<주님, 요것만 좀 해 주실래요?>

<그러면 좀더 주님을 잘 섬기고 이웃을 더 잘 섬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지막지한, 가당치도 않은 욕심에서 나오는 청을

주님께 올리지는 말자.

늘 우리에게 주시는 그분이 아니신가?

아니, 너무도 많이 퍼주시는 분이 아니신가?

나를 위해서는 아주 조금만 소박하게 청하고,

이웃을 위해서는 더 큰 것을 청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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