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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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운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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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8-16 ㅣ No.3954

8월 17일 연중 제 19주간 토요일-마태오 19장 13-15절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하늘 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우스운 성적>

 

지난 보궐선거때 집에 답지한 출마자들의 팜플렛을 보고 뒤로 나자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후보자들의 사진 밑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약력들을 줄줄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어느 초등학교 제 몇 기 동창회장, 어느 중학교 운영위원, 무슨 산악회 회장 등등. 도대체 그런 약력들을 왜 적어놓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한 보신탕집 주인이 제게 건네준 명함을 받아들고 또 한번 까무러치는 줄 알았습니다. 세상에 그 작은 명함에다가 자신의 지난 삶의 업적(?)들을 줄줄이 나열하고 있었습니다. **보양탕 대표 누구누구라는 큰 글씨 밑에는 전 예비역 장교, 전 **동 예비군 중대장, 현 **상가 번영회 회장 등등이 빼곡이 적혀있었습니다.

 

또 한번은 제가 어느 관공서 행사에 무슨 위원 자격으로 불려가서 그 바늘방석 같은 단상에 앉아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책임자 되는 분은 위원 한 사람 한 사람들을 청중에게 소개했는데, 그때 정말 낯이 뜨거워 죽은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각 사람의 이름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학벌이며 심지어 성적까지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시고...저 같은 경우 사실은 우스운 성적으로 졸업했는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 하나가 내실보다 형식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각 개인의 성품이나 능력보다는 학연, 지연을 따집니다. 자신의 지난 업적들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신이 나서 줄줄이 늘어놓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할말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자신을 자랑하는 것, 그것보다 더 꼴불견은 없습니다. 이런 경향은 은연중에 교회나 수도회 울타리 안에도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자각합니다.

 

그런데 하느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런 모습처럼 가소로운 일은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람들로부터의 평가에 연연해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우리는 어떠한 처지에서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봉사하는 겸손한 도구일 뿐입니다. 영광 받으실 분은 오직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내세울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자신의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봉사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의 그 천진난만함과 단순함, 소박함과 겸손함을 극구 칭찬하시면서 이런 놀랄만한 말씀을 하십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하늘 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늘 어린이다운 단순함으로 "주님 저를 이렇게 불러주시고 키워주셨으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 저는 온전히 당신의 도구, 당신의 소유이오니 당신 마음대로 쓰십시오"라고 기도 드리는 겸손함이 오늘 우리에게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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