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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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상쓰고 다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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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진 [joyro] 쪽지 캡슐

2003-09-04 ㅣ No.5426

우리집에 중3 녀석이 하나 있는데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온 후에

쉬는 시간에도, 놀이를 하는 시간에도,

식사 때에도 평소와 다른 얼굴로 다른 아이들을

노려보기도하고 나에게도 간혹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었다.

 

저녁 식사후에

어렸을 적부터 내가 들어왔고,

지금도 공공연하게 들을 수 있는

"너 왜그래? 왜 그렇게 인상을 쓰고 다녀?

다른 애들이 불편해하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올바른 것도, 솔직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난 네가 왜 그러지 모르겠다는 솔직한 마음으로

지나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00야, 너 무슨 일이있니? 평소와는 다르게 표정이 이상하네?

혹시 너 나한테 서운한 것있니?  네가 그러니까?

왠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하고 걱정하게 되네?

혹시 말해줄 수 있니?"라고

 

조금은 장황했지만 이것이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러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신부님께서 어제 동생들한테 무섭게 말하거나

때리거나 울리지 말고 부드럽게 말하고 행동하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노력하는 중인데 00가 저를 우습게 알잖아요.

말도 잘 안듣고..."

눈언저리가 발갛게 달아오른 아이는

나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난 사실 조금은 놀라기도 하고 아이가 대견하기도했다.

자신들이 살아왔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하지만 아이는 내가 어제 던졌던 말을

너무도 쉽게, 겸손한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씀을 듣는다.

당연한 말씀이겠으나 새로운 방식,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님을 고백하면서

어린이와 같이 되라는 그분의 말씀에 따라

오늘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던 그 아이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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