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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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집 부부의 작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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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3-10-18 ㅣ No.5738

           

                   

                  "이 댁에 평화를 빕니다."

                      루까 10, 5

       

    안녕하세요.

    이제 서서히 늦가을이 지나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네요. 이 맘때 쯤 거리엔 오뎅, 붕어빵, 호떡, 찐빵집의 따끈~ 따끈~ 모락~ 모락한 연기가 가을 바람에 총총히 갈 길을 서두르는 우리 마음들을 잠시 따스한 그 온기로 초겨울에 접어들고 있음을 실감나게 하네요.

     

    제가 오가는 길에도 어떤 찐빵집 부부가 늘 모락 모락한 김 아래에서 밝고 수줍은 미소로 찐빵을 팔고 있답니다. 벌써 한 수 주일 동안 그 앞을 오가며 어느 새 그 찐빵집 아저씨와 아주머니와는 작은 눈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답니다. 특히 가을비 스산히 내리는 저녁이나 늦은 저녁 찐빵집 앞을 지나다 그 촉촉하고도 말랑 말랑해 보이는 찐빵에서 모락 모락 피어 오르는 따끈한 연기와 그 찐빵집 부부의 수줍은 미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찐빵 몇 개를 사가는 즐거움도 요즈음 제겐 작은 기쁨이 되었답니다. 아마도 그 찐빵집 부부는 찐빵 장사를 시작한지 불과 얼마 안되었나봅니다. 두 분다 찐빵을 파실 때마다 수줍음을 조금 타시고 거리에서 찐빵 장사 하시기엔(?) 외모가 상당히 단정하시고 깔끔해 보이신답니다.

     

    저는 몇 번 그 앞을 지나치다 찐빵을 사 간적 있고 자주 그 앞을 지나가지만 왠지 한 번쯤 그 찐빵집 부부의 얼굴을 바라보게 된답니다. 비록 바람 부는 거리, 차 지나다니는 소리, 사람 소리 번잡한 도로 한 모퉁이에 추스리고 서서 하루 종일 하얀 찐빵을 쪄서 만들어 팔지만 그 두 부부의 얼굴은 늘 찐빵 처럼 하얗고 찐빵처럼 순진무구해 보이는 구석이 있어 왠지 눈길 한번 더 주고 싶은 그런 분들이랍니다.

     

    ’저녁 늦게까지 저렇게 서 있으면 얼마나 다리가 아프고 저려올까? ’

    ’오늘 장사는 잘 되었을까...? ’

     

    방금 쪄내었는지 하얀 찐빵들에서 모락 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연기 사이로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작은 웃음을 피워내는 거리의 찐빵집 부부! 그들 부부가 피워내는 작은 웃음소리에 금새 손님 몇 분이 찐빵집 가게로 모여듭니다.

     

    오늘은 그냥 찐빵을 사지 않고 그 집 앞을 지나치지만, 저는 그 하얀 찐빵들속에서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그들 부부의 작은 웃음소리에 하루를 따스하게 마감하는 "작은 미소"를 선물받는답니다.

     

    그 찐빵집 앞을 지나노라면 왠지 제 마음에도 온기가 스며들어요. 저 두 분은 정말 찐빵처럼 말랑 말랑하고 촉촉한 마음을 지녔나 봐요.  이제 점 점 더 날씨는 추워져 차가운 겨울 바람에 그 찐빵 집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삶 역시 조금은 추워질 수도 있을테고, 그들 부부의 하얀 얼굴과 수줍은 미소들 역시 추위와 힘겨움에 점 점 더 엷어진다해도 지금 이 찐빵 집 앞을 지나가는 어느 이름 모를 이웃의 마음에 작은 미소를 선물해 줄 수 있는 저 작은 이웃들은 얼마나 넉넉한 분들인지요~! 비록 천원에 두 개짜리 찐빵을 팔고 있지만요!

     

    그리고 겨우 저는 그 분들에게서 몇 번 정도 찐빵을 사 간적 있고, 그들 부부와 제가 나눈 대화는 거의 눈인사에 불과했지만 그들 부부가 만들어 파는 찐빵속의 작은 미소도 늘 함께 사가곤 했답니다.

     

    문득 오늘 그 찐빵집 앞을 지나가며 오늘 루까 복음 말씀처럼

    "그 찐빵집에 평화를 빌어봅니다."

    그 찐빵집에 오시는 모든이들,

    그 찐빵들과 함께

    그들 부부의 작은 미소도 함께 사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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