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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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덩어리, 제거 대상 제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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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6-02-03 ㅣ No.15402

2월3일 연중 제4주간 금요일-마르코 6장 14-29절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미움덩어리, 제거 대상 제1순위>


정당한 절차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정치인, 합당한 자질이나 인품을 지니지 못한 지도자, 정통성이 없는 권력의 소유자들이 얼마나 피곤하게, 또 불안하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우리는 오랜 체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잠시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그들의 눈동자는 늘 불안합니다. 초조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전전긍긍합니다. 좌불안석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헤로데 아티파스가 그랬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활동 주 무대 가운데 하나였던 갈릴래아의 영주였습니다. 묘하게도 그의 통치 기간은 예수님의 지상생활 기간과 거의 일치합니다.


헤로데 아티파스가 얼마나 막가는 사람, 부도덕적인 사람, 문제가 많았던 사람, 한 마디로 자질부족의 사람이었던가는 단 한 가지 스캔들만으로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헤로데 아티파스는 본부인을 버리고 재혼을 하게 되는데, 재혼의 대상자가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니 나라꼴이 무엇이 되겠습니까?


헤로디아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었습니다. 그녀는 허영심으로 가득 찬 여인이었습니다. 인륜을 저버린 여인이었습니다. 난잡한 사생활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권모술수와 끔찍한 악행을 서슴지 않고 강행하던 ‘대단한’ 여인이었습니다.


이 패륜의 부부에게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백성들의 고초에 동참하려는 의지는 조금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최우선적 과제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불안정한 정권기반을 유지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이 벌인 추문은 하느님 앞에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의심할 바 없는 간통행위였습니다. 용서될 수 없는 파렴치 행위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뒤에서만 수군거릴 뿐, 추악한 헤로데 왕권의 추문에 대해서 제대로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단 한 사람, 세례자 요한만은 예외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 왕권의 난잡한 사생활에 대해 공공연하게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감추고만 싶은 추문을 과감하게 들춰냈습니다.


헤로데 아티파스는 뜨끔했습니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세례자 요한으로 인해 받은 마음의 상처도 심각했습니다. 그래서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세례자 요한의 입을 막아보려고 기를 썼습니다. 협박, 회유, 감언이설...그러나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한번 열린 세례자 요한의 입은 절대로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위기감을 느낀 헤로데 아티파스는 세례자 요한을 옥에 가둡니다. 기회를 잡은 헤로디아는 복수심과 증오심으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눈에 가시 같던’ 세례자 요한을 마침내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이처럼 세례자 요한의 일생은 예수님의 일생처럼 사람들로부터 ‘반대 받는 표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례자 요한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미움덩어리였습니다. 제거 대상 제1순위였습니다.


세례자 요한 이전에 오랜 세월 동안 이스라엘에는 거짓예언자들만 득실거렸을 뿐, 참 예언자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침묵은 세례자 요한에 이르러 깨어지게 됩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에 의해 예언자의 시대가 다시 재개됩니다.


세례자 요한이 선포한 예언의 말씀은 참으로 단순명료한 것이었습니다.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 알아듣기 쉬운 것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선포한 예언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교만으로 가득 찬 여러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단단히 화가 나 계십니다. 머지않아 여러분들에게 큰 벌을 주실 계획입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여러분들의 완고한 마음을 바꾸어 하느님께로 돌아선다면 하느님은 진노를 푸시고 여러분들에게 축복과 자비를 베푸실 것입니다.


회개할 사람들은 세리나 창녀뿐이 아닙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죄 없다고 자처하는 바리사이 사람들, 율법학자들, 대사제들부터 먼저 회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헤로데 왕도 마찬가지입니다.


회개는 내적인 회개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 안에서의 회개로 연장되어야 하는데, 그 구체적인 실례는 이런 것입니다. 옷 두벌 가진 사람은 갖지 못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생애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진리를 위해 몸 바친 생애였습니다. 광야에서 일생을 보낸 고독한 삶이었지만 구약시대의 마지막 대예언자로서 하느님의 사자, 하느님의 대변자로서의 삶에 충실한 삶이었습니다.


현 교황이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이 오늘 하루 우리의 삶의 양식이 되면 좋겠습니다.


“공동체 안에 살아가면서 그저 조용한 상태, 평온한 상태만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일이 능사만은 아닙니다. 불쾌한 일을 겪지 않으려고, 가능한 한 모든 갈등을 덮어둘 생각만 하는 수도자, 또는 목자들을 생각만 하면 큰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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