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내 부끄러움을 연민의 눈으로

스크랩 인쇄

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6-05-26 ㅣ No.18046

5월 27일 부활 제6주간 토요일-요한 16장 23-28절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

 

 

<내 부끄러움을 연민의 눈으로>

 

미사 끝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 할머님께서 저에게 안수를 청하시더군요. 저는 별로 ‘효과’가 없다고 말씀드려도 꼭 해달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보통 안수는 머리에 하게 되는데, 그 할머님께 하시는 말씀, “요즘 내가 여기 무릎이 많이 저려서 그러니 이왕 안수하시는 것, 여기 무릎에다 안수 좀 해주시오.”


할머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무릎에다 정성껏 안수해드리고 나서 보니 문제가 한 가지 생겼습니다. 어느 틈엔가 많은 자매님들이 ‘잽싸게’ 줄을 서셨더군요. 그리고는 하시는 말씀 “나는 여기 어깨가 결리는데, 여기다가...” “나는 요즘 손목이 안 좋은데, 여기다가...”


또 어떤 자매님께서는 “시장 안에 조그만 가게 터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게 장사도 잘 안되고, 사려는 사람도 없고, 애물단지도 그런 애물단지가 없어요. 신부님이 기도 좀 많이 해주세요. 이것만 잘 해결되면 내가 후원금 많이 내놓을게요.”라며 협상까지 제안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맞은 말씀이십니다. 아버지께 우리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염둥이 같은 존재이기에, 아버지께서는 자녀들인 우리가 청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기꺼이 들어주십니다.


그러나 무엇을 청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우리가 청하는 것이 너무 허무맹랑한 것, 상식 밖의 것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아버지께서 기쁘게 들어주시는 청은 다른 무엇에 앞서 우리 영혼의 유익을 위한 것입니다. 이웃에게 기쁨을 주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청이라면 그 어떤 청이라도 다 들어주실 것입니다.


때로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죽기 살기로 청해도 모르는 체 하시는 기도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유아기적인 기도가 그렇습니다. 너무도 자기중심적인 기도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기복적인 기도 역시 해당됩니다.


기복적인 기도, 사실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특히 신앙생활의 초기 단계에 필요합니다. 신앙의 성장을 위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나치면 문제가 됩니다.


로또 복권을 사놓고, 당첨되면 어려운 사람 위해서 반은 헌금하겠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당첨되게 해달라는 기도, 성적은 가장 바닥이면서 이름만 들어도 위축되는 최상위권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청하는 기도, 이런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강요이고 흥정입니다. 하느님을 괴롭혀드리는 기도도 아닌 맹목적인 졸라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기도를 드려야 할까요?


많은 우리 순교자들, 박해의 칼날 앞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고 순교의 영예를 입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우리 선배 선교사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선교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선교사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일인 선교지에 뼈를 묻게 해달라고 간절히 청하셨습니다.


한 환자께서는 자신의 병에 대한 치유보다는 자신이 겪고 있는 이 고통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예수님의 고통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오늘 저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제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게 도와주십시오. 오늘 제가 처한 상황이 아무리 비참할지라도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제 삶을 사랑하게 도와주십시오. 제가 왜 살아야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제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제 부족함과 부끄러움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제 실수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십시오.


수시로 제게 다가오는 이 모든 고통들은 저를 보다 강건하게, 그리고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도구이자 축복임을 알게 하여 주십시오. 고통과 좌절로 인한 패배감으로 과거를 곱씹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게 도와주십시오.”




1,009 5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