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외할머니, 100원 있으세요?”

스크랩 인쇄

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5-04-21 ㅣ No.84619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文霞 鄭永仁 -

 “외할머니, 100원 있으세요?”

 

 

 

이번 주 용전(用錢)을 받은 외손녀가 모아진 돈을 한 장 한 장 정리를 한다. 아니 확인한다고나 할까? 거의 전부가 배춧잎이고, 단풍잎 한 장에 천원짜리 4, 500원 동전 1, 백원 동전이 4개이다. 그러니 만원짜리가 아닌 돈이 9,900원이다. 이 녀석은 뭔가 미진(未盡)한 표정을 짓는다.

 

천원짜리 10장이면 꼭 만원짜리로 바꾸어서 차곡착곡 포갠다. 그래서 외할머니에게 바꿔가는 경우도 여러 번이다. 900원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던 외손녀는

 

외할머니, 혹시 100원짜리 한 개 있으세요?”

 

집사람의 동전 지갑에서 달랑 100원짜리 동전 한 개가 굴러 나온다.

 

외할머니, 100원 저 주시면 안 돼요?”

옜다, 여기 있다.”

 

기어코 100원짜리 동전을 받아서 만원을 만든 외손녀는 미진한 감이 드는지 그 만원을 만지작거린다.

 

외할머니, 이 돈을 만원짜리로 바꿔 주실 수 없어요?”

 

그여코 할머니한테 배춧잎으로 바꿔 저금통에 잘 갈무리한다.

 

동전 1백원을 증여해서 만원을 만들게 한 할망구는 교육적 말씀을 일장 하신다.

 

제니야, 그것 봐라! 하찮은 것 같은 100원도 쓸모가 있는 거린다. 그렇지?”

 

외할머니, 그런 것 같아요. 할머니가 준 100원이 없었으면 10,000원을 만들 수 없잖아요!”

 

그렇구 말고, 하찮은 돈이라도 귀한 것이란다. 속담에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 않던?”

이 속담의 진미(眞味)를 이미 외손녀는 터득한지 오래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욕망은 사다리처럼 치받고 올라간다. 90석지기는 100석을 만들고 싶고, 900석지기는 천석꾼이 되고 싶다. 900만원 모으면 1,000만원 만들고 싶고, 9천만원이 되면 1억을 만들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리라.

 

이즈음 젊은이들에게서 유행하는 변종 신속담은 티끌 모이 티끌이라고 한단다.

 

하기야 비타500’이라는 음료수 한 박스에 5만원권으로 1억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한다. 코 묻은 돈에 어찌 마음가기나 하겠나? 굴러다니는 게 눈 먼 돈인데……. 그리도 많은 눈 먼 돈은 어찌 나에게는 눈에 안 띄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바람에 비타500을 만든 회사가 대박이 났다나.

 

다 이런 생각이나 행동이 어른들에게 배운 장단이고 가락이다. 공무원 채용 시험이 7801 정도라 하니, 이 어려운 세상에 안전빵이 최고임은 틀림없다. 그러하지만,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의 꿈이 너무 작게 꾸어지는 게 아닌가 한다. 너무 당장의 호구지책(糊口之策)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지……. 하기야,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다.

 

딸아이의 말에 의하면 외손녀가 그렇게 티끌처럼 차곡차곡 모아 은행통장에 직송시킨 돈이 꽤 된다고 귀띔을 한다. 마치 중국인이 좋아하는 동물상 중에 먹기는 하지만 똥을 싸지 않는 동물 같다.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이 동물상은 항문이 없다.

 

동전 100원이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론 화폐의 액면 가치와 실질 가치가 다르다. 우리나라 동전 1, 10, 50원짜리의 가치는 유명무실해진지 오래 된 것 같다. 10원짜리가 땅에 떨어져 있으면 잘 줍지도 않는다.

 

담배 한 개피는 200원이 넘고, 제일 싼 자판기 커피도 300원이고, 붕어빵 한 개도 300원이 넘는다. 100원으로 막대사탕을 살 수 있을까? 살 수 없다. 200원이다. 아이들이 많이 드나드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물어 보았다.

 

달랑 1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왕눈깔사탕이 아닌 중간크기 사탕 한 개였다.

 

 

 



2,574 2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