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부끄러운 손

스크랩 인쇄

김정숙 [grace12] 쪽지 캡슐

2016-01-12 ㅣ No.86732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찬미 예수님!



부끄러운 손


기도하는 손  알브레히트 뒤러

그리 춥지 않은 겨울날들 가운데 닥치듯 찾아든 추위가, 어려움 중에도 밝게 빛나던 사람들의 희미한 미소까지 사라지게 합니다.
어마어마한 바깥에서의 겨울밤 추위에,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빈 박스로 세운 둥지.
빈 박스를 이어 붙여 세워서 이 겨울밤을 지낼 자리를  만들고 있는 초로의 남자, 그 손을 보았습니다.
굳은 살이 잔뜩 배인, 박스를 쥐고 어렵게 움직이는 추위로 곱은 손.
분명 열심히 수고했을 그 손들, 그 노동의 댓가는 어디로 가고...
나도 모르는 새 그손을 잡으려 내밀어지는 나의 손, 그런 나를 바라보는 그분의 선한 눈빛과 표정.
이 아침 기도가, 도저히... 이어지지가 않습니다.



제 마음 속에 영원히 새겨져 있는 또 다른 손도 있습니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매일미사를 다녔던 그 본능적 기억때문일까요?
오랫동안 교회를 떠나 있던 그때에도, 죽도록 힘들면 찾아가는 곳은 어머니 품인 "성당"이었습니다.
십여년전 어느 성탄 전야 미사 후, 내손을 그리도 꼬옥 힘주어 감싸주신 외국 신부님의 두 손입니다.
미사에 참석한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작은 체구의 한 동양 여자 얼굴에 온통 가득한 절망을 보셨을까요?
한참을 아프도록 내 두 손을 쥐고 계신 그분의 손의 느낌은 따뜻함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느 만큼의 노동으로 사람의 손이 그토록 거칠어 질 수 있는지...
( 얼마 후 갑작스럽게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선종하셨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신부님 그분의 형님 신부님이셨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손... 부끄럽게 고운 나의 손.
그러나 주여, 주님께서 그 손을 잡아 주셨으니,
제가 해야 할  맡겨주신 그 일들을 다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2,574 1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