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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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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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지나 [regina820] 쪽지 캡슐

2001-01-21 ㅣ No.2485

영등포역 근처에 어려운 이웃들의 아픈곳을 어루만져 주는 요셉의원에 10여년이 넘도록 찾아오는 어느 환자 분이 어느날 119로 거의 살 가망이 없는 남자 환자분을 황급히 모시고 왔습니다. 그녀의 남편이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남편을 처음 만났지요. 의사선생님께서  간경화라는 진단하에 호스피스가 필요하니 호스피스가 가능한 모병원을 소개해 주시며 빨리 그곳으로 가시도록 권하셔서 그곳으로 후송할수 있는 조치를 취했어요. 요셉의원에서는 외래진료만 가능하므로 손을 쓸 방법이 없었지요. 그런지 몇달후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녀는 얼굴에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제 손을 잡으시더니 ’우리 남편돌아 갔어’ 저는 그 말을 듣고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다만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 옆에 앉았어요. ’평생을 술로만 살고 우리 가족을 그렇게 못살게 굴었으니 아들들도 임종을 맞은 아비와 정이 없었지. 돌아가기 얼마전부터 그렇게 피를 많이 쏟았어’ 저는 그말을 들으며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온 이 부인이 어떻게 임종까지 지킬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자식들도 하나 찾아주지 않는 남편을, 그리고 그런 경험도 없이 어려운 상황을 견디어 냈을까?’

저 자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제게 부딪치는 고비에 튕겨 나가고 저혼자만 그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느끼며 무기력해져서 아무일도 못하고 마는 저의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만일 그러한 상황에 있었다면 저는 임종을 지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무엇이 그녀를 끝까지 붙들어 놓았을까?

결혼이라는 틀이 영구히 그녀를 꿈쩍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일까, 하지만 그건 인간이 만든 제도에 불과하잖아요. 많은 묵상을 하며 현재의 저의 모습을 새로이 들추어 보았습니다. 그건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그녀의 사랑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분의 모습을 떠올리면 저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픈 생각에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며 눈물을 흘리다가 다시 저를 안아 주시는 그분의 품에 저를 내어 맡기지요. 저를 필요로 하시는 그분의 품안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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