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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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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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옥 [yo-maria] 쪽지 캡슐

2001-04-13 ㅣ No.3268

 오늘이 내 생일이다.

 

아침 일찍 밥을 하면서, 오늘 미역국을 끓여야 하나 망설이다가,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였다.

 

아침상을 준비하는 동안 미역국은 ’엄마’가 드셔야한다고 생각했다.

시골집에서 혼자 농사를 짓고 계실 엄마생각이 하도 간절해 전화를 들었다.

아침 일찍 ’못자리’라도 하러 가셨는지 전화를 안 받으신다.

참! 봄이라 일손이 많이 부족할때지 하며 서 있는데

 

4살된 아들내미가 일어나더니

"엄마! 오늘 생일이지요? 그런데 케이크는 어디 있지?"

하며 아빠에게 달려갔다.

"아빠. 엄마 생일인데 케이크 안 사왔어요?"

한다. 요즘 아빠는 회사일이 너무 바빠 야근은 보통이고 어젯밤에도 새벽3시경에 집에 돌아왔다. 그러니 당연히 빈손으로 올수밖에...

대건안드레아는 아빠에게 케이크가 있어야 한다며 아빠손을 잡아 끌고 일어나 집 앞 제과점에 가서 케이크를 하나 사 들고 들어왔다. 꼬깔모자랑 같이...

부산스럽게 상을 펴더니 케이크에 초를 꽂아 놓고 엄마에게는 꼬깔모자를 씌워주고 하며

손뼉을 치며 생일축하 노래를 해 주었다.

 

생각지도 않게, 4살짜리 대건안드레아 덕분에 생일케이크까지 먹어보는구나 하며,

결혼 후 잃어버렸던 생일을 되찾아준 우리 대건안드레아가 더 이상은 ’아기’로

보여지지않았다.

 

오늘 왜 이렇게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아파오는지 모르겠다.

 

시골에서 농사일로 6남매를 잘 가르치시고 기르신 부모님.

항상 흙묻은 작업복에, 자식들이 신다가 버리려고 놓아둔 운동화를 꼭 쟁여매어 신으시고

들에서 일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자식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알려 주신다고 성당 바로 밑에 집터를 잡으시고

열심히 매일미사와 성서책을 보시며 은연중에 신앙을 삶의 기반으로 잡게 해 주신

우리 부모님!!!

 

8식구가 북적대던 우리 시골집엔 연로하신 엄마만이 개와 고양이와 함께 살고 계신다.

 

전화하실줄을 몰라서 걸려오는 전화만 받으시고,

어쩌다 전화하면 너무나 반가워하시는 엄마!

 

둘째를 갖고 입덧할때, 복숭아가 먹고 싶다는 내 말에 엄마는  

십리는 떨어진 이웃집 과수원산에 가서 하루종일 일을 도와주고

삯대신 복숭아를 반상자 가지고 와서 내 품에 안겨 주시던 때가 생각난다.

엄마는 그때 다리와 팔이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다니고 계셨었다.

자식들이 걱정한다고 자식들에게 아픈 내색은 않으시고

그날 저녁에 난 엄마가 숨죽여 아파하시는 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었다.

십리길을 오로지 딸이 먹고 기뻐할 모습만 생각하며

복숭아 상자를 이고 들고 하며 힘겹게 오셨을 생각을 하니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요즘도 다리가 많이 아프고 팔이 많이 아파 침도 맞고 병원도 다니고 하신단다.

그 6남매나 되는 자식은 다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그래도 성모님의 은총으로 잘 생활하신다며 항상 기도생활할것을 다짐시켜 주시는 엄마가

그립다...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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