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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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관 일기75/ 김강정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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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6-22 ㅣ No.3878

 

    사제관 일기 75  

 

주여.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고 있습니다.

오늘도 부끄러운 하루였습니다.

당신께 이 하루를 빌려쓰고도

돌려드릴 바 없는 빈손으로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나날이 이루어지는 당신과의 거래지만,

번번이 빈손뿐인, 이 불량한 신용을 용서해주십시오.

나날이 불어나는 빚의 덤....

다 갚을 길 없고도 또 빌려쓰는 매일의 삶......

하여, 저는 빚 덤에 올라앉은 영원한 채무자 일뿐입니다.

매일의 부도를 막지 못해,

당신과의 거래에서 불량의 낙인이 찍혀버린 전과범입니다.

항상 저와의 거래에서 당신은 손해를 입는 피해자,

저는 해악을 입히는 피의자였습니다.

 

그런데도, 주여.

당신은 한번의 독촉도 없이 내내 침묵으로만 눈감으십니다.

그런 당신의 기다림이 차마 무섭습니다.

 

그러니, 주여,

당신과의 마지막 셈이 남았다는 것만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 밀린 셈을 생각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하여,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 아니라,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도 다른 내일을 살면서,

나날이 밀린 빚을 갚아나가게 해주십시오.

 

차마 드린 건 없이 받아만 온 이 배부름.........

오늘도 끊임없이 받아만 왔던 이 하루를 조용히 돌려드립니다.

볼품 없이 돌려드리는 이 낡은 하루를 거두어주시고,

새 것으로 바꿔 가는 염치없는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내일에는 더 많이 불려 되갚아 드릴 터이니,

오늘의 이 부끄럼은 조금만 꾸짖으시고,

기회를 구하는 내일을 한번만 더 할애해주십시오.

 

주여.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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