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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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이야기] 137. 80대 요셉 할아버지표 비취색 묵주/이성연 베드로닐라(광주대교구 신창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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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5-08-20 ㅣ No.85563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나의 묵주이야기] 137. 80대 요셉 할아버지표 비취색 묵주
이성연 베드로닐라(광주대교구 신창동본당)  <평화신문>

 
▲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갑상샘암 수술을 받고 입원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갑상샘암이 림프샘 입구까지 접근된 중증 환자로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제 몸 주변 가까이

서성거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깊은 슬픔과 절망이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아직도 세속적인 성공의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지요(성당엔 다녔지만

주님을 가슴으로 온전히 모시지 못한 시절이었습니다).

 

같은 병실 제 침대 옆에는 마리아라는 예쁘장한 할머니가 간암 투병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에게는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요셉이라는 할아버지가 계셨지요.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발이 돼주셨습니다.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할머니 얼굴을 닦아 드리고,

때로는 낮고 부드러운 말씨로 소곤거리시는가 하면, 때로는 조용히 성경을

할머니께 읽어주시거나 지그시 눈을 감고 묵주알을 굴리셨습니다.

 

두 분의 표정과 온화한 말씨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 배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살지 못한 제게는 부러움과 경이로운 모습으로 비쳤습니다.

80대에 이름도 같으신 두 분은 꼭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을 닮은 것 같았습니다.

마리아 할머니는 간암 말기로 오래 살지 못한다 했지만 편안한 얼굴과 밝은 미소는

여느 건강한 사람보다 더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예수님 사랑과 예수님 사랑을 닮아가는 사람의 모습,

그리고 사랑의 힘과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지요. 이 세상에 왔다가 햇살 아래

이슬방울처럼 사라져간 죽음을 성찰하게 되면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목표는 하느님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깊이 성찰하고 통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회개하고 있는 제 마음을 마치 꿰뚫어 보고 계신 듯

할아버지는 저에게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자매님! 모든 것을 하느님 아버지께 맡겨드리고 하느님 말씀(성경)대로 살아가면

절대 잘못되는 일도 불행한 일도 없어요.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하느님께 여쭈면서 살아가면

두려울 거 하나도 없지요. 기도하세요, 늘 깨어 기도하세요.”

 

그러면서 비취색 묵주를 저에게 내밀며 “이건 내가 손수 만든 묵주인데 자매에게 선물할게요.

이 묵주로 늘 기도하고 예수님과 성모님과 친하게 지내면 복된 일만 있을 거예요.

그리고 몸도 꼭 나을 게고요.”

마치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고마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황송한 마음으로 묵주를 껴안았습니다.

 

1년여 투병 생활을 거친 후 저의 병세는 차차 나아졌습니다.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집에서 몸을 관리하다 보니 오늘같이 건강한 몸이 됐습니다.

요셉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하느님을 제 가장 소중한 주인으로 모시며 살아가는 기쁨은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큰 행복과 은총의 샘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묵주기도를 바치며 묵주알을 돌릴 때마다 자애로우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이 묵주는 예수님과 성모님을 친하게 엮어준 다리이며 징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도할 때만큼은 늘 파란 비취색 ‘요셉 할아버지표’ 묵주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요셉 할아버지는 예수님과 성모님을 생각하면서 한알 한알 묵주를 꿰고 계실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천국 성모님 곁에서 한알 한알 묵주알을 엮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에 계시더라도 요셉 할아버지가 빚은 묵주알은 하느님의 사랑과 성모님의 자애로우심이

영롱히 빛나 생명과 구원의 길로 인도해 주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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