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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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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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안 [thomabel] 쪽지 캡슐

2009-12-11 ㅣ No.47726

밝아오는 저녁
    
    나이 든 그리스도인들은 
    노년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임을 안다. 
    
    알폰스 디켄의 「노년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서.. 
    
    그는 75세였다. 
    뼈마디가 쑤시고 아파, 
    점점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살 날이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그에게도 죽음이 찾아오리라. 
    그와 그의 아내는 창조주 하느님께 돌아갈 것이다. 
    이 땅에 살고 갔다는 흔적으로 그들은 무엇을 남기게 될까?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그들의 고결한 삶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굉장한 부자였다고 말하리라. 
    
    세상 사람들이 부유함의 척도로 삼는 
    땅과 가축, 
    금과 은을 
    누구보다도 많이 차지하고 살았으니까. 
    
    그런데 불행히도 그에게는 
    그 많은 재산을 물려줄 자손이 없었다. 
    먼 친척 뻘 되는 조카들이 있을 뿐이었다. 
    이 사실은 그들의 오랜 슬픔의 원인이었다. 
    
    이제 그들 부부는 나이가 너무 들어 자식 없이 
    세상을 떠날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것이다. 
    
    '유감천만이야!' 
    그는 수백 번도 더 그렇게 생각했다. 
    법률 문구가 말하듯 
    '몸과 마음이 아직 온전할 때' 유산을 정리해 두어야 했다. 
    유언 없이 죽을 경우 법률상의 문제로 
    친척들 간에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 그는 변호사를 불러 
    그의 유언을 받아쓰게 했다. 
    유언장의 내용은 간단했다. 
    
    "모든 소유지를 
    나를 도와 다년간 충실히 일해 주었던 총 관리인에게 맡기는 바, 
    아내가 나보다 오래 살 경우 관리인은 
    해마다 충분한 액수를 그녀에게 지급할 것." 
    
    그 날 오후, 그는 공동묘지에 가서 
    자기와 아내가 묻힐 묘지를 넉넉히 사두었다. 
    또한 장의사에게 찾아가 최신 기술로 
    방부 처리를 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 날 밤, 그는 장례식 절차를 
    이모저모 생각하느라 오래도록 잠을 설쳤다. 
    누가 관을 메게 될까? 장송곡은 무얼 부를까? 
    일을 총 진행하는 사람은 누가 될까? 
    
    그러다가 다행히도 언뜻 잠이 들었다. 
    마침내 하느님이 그에게 말씀하실 기회를 잡으셨다. 
    
    "너는 곧 멋진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주님. 
    그래서 장례 절차도 미리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습니다. 
    주님이 원하시면 언제든지 절 부르십시오." 
    
    잠시 고요함이 흐른 뒤, 그는 확실치는 않지만 
    하느님이 껄껄 웃으시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이윽고 하느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내 말을 잘 못 알아듣는구나. 
    이 세상을 떠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여행을 떠나라는 말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거라." 
    
    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주님? 진정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제 나이 일흔 다섯입니다! 
    한쪽 발은 벌써 무덤에 들어가 있지요. 
    제 나이의 늙은이들은 
    대개 아무 일도 못하게 된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지금 절 보고 다른 지방으로 이주해 가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란 말씀이십니까? 맙소사!" 
    
    하느님은 초지 일관이셨다. 
    "나를 믿어라. 내가 너를 위해 멋진 계획을 세웠다. 
    나를 믿기만 해라, 알겠느냐?'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건 상식에 어긋나도 보통 어긋나는 게 아니었다! 
    아내나 이웃, 친구들이 뭐라고 할 것인가? 
    수백 명이나 되는 일꾼들은 또 뭐라고 수군댈 것인가? 
    
    하지만 결국 그는 작은 일에서부터 
    하느님을 신뢰하는 버릇이 오래도록 몸에 배어 있었기에, 
    그렇듯 죽음을 각오해야 할 큰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는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분의 뜻이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일지라도 말이다. 
    
    그는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주님. 그렇지만 미리 말씀드리죠. 
    여행 도중에 저는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리 없다. 너는 죽지 않는다. 
    사실을 말하자면 너의 인생은 이제 부터 시작이다. 
    네 앞에 놀라운 삶이 예비 되어 있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벌떡 일어나 
    해외여행에 필요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고향을 떠나 낯선 길을 나섰다. 
    아내와 단 둘이서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친지와 친척들 모두가 얼마 못 가서 
    길바닥에서 죽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하느님을 믿었기에, 
    그들의 장담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브라함'이었다. 
    
    - 닐 기유메트의 '영혼에서 샘솟는 아름다운 이야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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