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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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대 사랑해도 될까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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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군 [leebbal28] 쪽지 캡슐

2000-07-17 ㅣ No.1441

 May I Love You?

 

봄은 봄인가 보다. 실바람이 솔솔 얼굴을 간질인다.

 

 

 

언덕 아래는 연두와 노랑으로 아롱다롱하다. 새싹과 갖가지 꽃들.....

 

 

 

먹지도 못하는 것이라 쓸데없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나름대로 세상이 예뻐 보여 좋다.

 

 

 

이렇듯 세상엔 내 살이 되지 않아도, 내 뼈가 되지 않아도 좋은 것이 있구나.

 

 

 

아름다움이 있는 마을은 온통 초록 세상이다.

 

 

 

파란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따사로운 봄볕이 포근히 느껴진다.

 

 

 

언덕 아래에는 하얀 양털 구름이 연둣빛 초원을 돌아다닌다.

 

 

 

어라, 땅에 구름이......? 아, 착각이다. 하하! 양떼였다.

 

 

 

내려갈까? 배고프지는 않은데..... 아냐, 내려가서 양들에게 겁이나 주자.

 

 

 

나른하던 차에 잘 됐다. 순진한 양들은 이렇게 내가 원할 대 심심풀이도 되어주고 먹이도 되어주니 좋다.

 

 

 

 

 

  늑대는 어슬렁 어슬렁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한바탕 양들을 골탕 먹이고 한 숨 자야겠다는 심산이었다.

 

 

 

목동이 자리를 비운 사이 조심조심 다가간다.

 

 

 

사정거리 안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들켜버리면 싱거워진다.

 

 

 

양떼가 경계를 하기 위해 한 무리로 뭉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무리 천하의 늑대라 해도 어쩌지 못한다.

 

 

 

가까이 접근할수록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성이 바로 그 점에 있다.

 

 

 

갑자기 왁, 하고 나타나 우왕좌왕 달아나는 꼴을 보고 즐기려면 말이다.

 

 

 

그럴 땐 사냥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노리개용이기 때문에 괜히 힘 뺄 일도 없다.

 

 

 

그냥 이리 저리 쫓으며 겁만 주면 된다.

 

 

 

  난 심심해서 하는 짓이지만, 양들은 장난이 아니겠지? 후후, 바로 그게 재밌다는 거야.

 

 

 

늑대는 남의 불행을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존재가 대단하게 가지 여겨진다.

 

 

 

  이제 덮치기만 하면 된다. 어느 놈이 좋을까.

 

 

 

요쪽의 덩치 큰 녀석은 저번에도 놀려줬고...... 하, 찾았다! 저기 외따로 있는 꼬마양,

 

 

 

저 녀석을 혼내주면 되겠군. 가만 있다, 무리에서 조금 더 떨어져야 할 텐데...

 

 

 

그래야 꼬마양이 쫓길 때 어쩌지도 못하고 안타까워만 하는 어른 양들의 모습까지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얼굴이 그 향기만큼이나 예쁘다. 도대체 이 꽃의 이름이 뭘까?

 

 

 

가까이에서 맡으면 그렇게 진하지도 않은데, 멀리서도 향기를 느낄수 있다.

 

 

 

다가서면 짙은 향기로 유혹했다가 조금만 떨어지면 그 향기를 체념하고 마는 여느 꽃들과는 다르다.

 

 

 

보면 볼수록 예쁘다. 별빛......? 그래! 별빛이라 부르자. 작은 빛으로도 멀리멀리 비춰주는 별처럼 은은한 향기를 지녔잖아.

 

 

 

  꼬마양의 얼굴에 빙긋, 미소가 번진다. 그렇게 한동안 별빛의 체취를 만끽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온다.

 

 

 

후후, 어리석은 녀석. 내가 지금 노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쯧쯧, 근데 어쩌면 저리도 귀여울까? 저 눈 좀 봐.

 

 

 

마치 두 눈 속에 별이 들어 있는 것 같군 그래. 저 맑은 눈에 비치는 세상은 과연 어떨까.

 

 

 

 

 

 

 

  늑대는 꼬마양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간다.

 

 

 

양들의 경계 따위는 잊어 버렸나 보다. 별안간 소란스럽다. 이미 양들에게 노출된 후였다.

 

 

 

하기야 자세도 낮추지 않고 꼿꼿이 다가갔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양들은 재빨리 한 무리로 뭉쳤다.

 

 

 

하지만 꼬마양이 멀리 떨어져 있고, 무서운 늑대는 바로 그 앞에 있다.

 

 

 

큰일이다. 당장 꼬마양을 잃게 생겼다.

 

 

 

양들의 이성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꼬마양을 구해내야 한다.

 

 

 

그러나 소리 지르며 발만 동동 구르는게 고작일뿐, 힘없는 양들로선 달리 어찌 할 방법이 없다.

 

 

 

  갑자기 주위가 시끄럽고 어수선해지자, 별빛의 향기에 취해 있던 꼬마양은 그때서야 늑대의 눈길에 걸린 자신을 발견했다.

 

 

 

  앗, 깜짝이야! 늑대잖아! 아아, 이걸 어쩌지? 제발,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꼬마양의 비병은 목구멍에서 얼어붙었고 눈동자 하나라도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빨리 엄마, 아빠가 있는 곳으로 달아나야 한다는 걸 알며너도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늑대의 모습을 이렇게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늑대가 달려들 것 같았다.

 

 

 

희망이란 걸 갖기엔 늑대와 너무나 가까운 거리였다.

 

 

 

  고개를 떨구어 조금 전에 별빛이라 이름 붙인 꽃을 보았다.

 

 

 

얄밉도록 예뻤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볼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실바람에 살랑거리는 별빛도 울고 있는 듯 했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아, 세상에 ..... 늑대의 무서운 두 눈이 바로 코앞에 있다.

 

 

 

 

 

  이렇게 귀엽고 예쁜 양도 있다니... 근데 왜 떨고 있지?

 

 

 

참! 나 때문이지. 너누 애처로워 보인다. 불쌍한 녀석.....

 

 

 

  늑대는 좀더 가까이에서 꼬마양을 보고 싶었다.

 

 

 

그 맑은 눈망울에 지금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을 거라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한발 두발 천천히 꼬마양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중, 늑대는 무심코 별빛을 밟고 말았다.

 

 

 

겨우 몇 걸은 물러나 두려움에 주저않아 있던 꼬마양의 적잖이 놀라는 눈빛이 따갑게 박힌다.

 

 

 

꼬마양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발 밑에 연보랏빛 꽃 한송이가 쓰러져 있다.

 

 

 

 

 

  아하! 저녀석이 지금껏 이 꽃을 보고 있었구나. 이거 미안해서 어쩐다....

 

 

 

아니, 아니지. 이깟 꽃 한송이 밟은 게 뭐 그래 큰 잘못이라고....

 

 

 

  그러나 꼬마양의 표정으로 봐선 커다란 실수였음이 확실했다.

 

 

 

이제 늑대는 아쉽게도 돌아설 시간이 되었다.

 

 

 

저 멀리 양치기 개들이 쫓아오는게 보였기 때문이다.

 

 

 

  "꼬마야, 어서 가지 않고 뭐해? 엄마, 아빠가 안가르쳐 줬니?

 

  늑대를 보면 도망가라고...."

 

 

 

꼬마양은 귀를 의심했다.

 

 

 

정말일까?

 

 

 

큰 눈망울을 살며시 굴려 조심스레 늑대를 올려보았다.

 

 

 

어라? 참 이상도 하지. 두 눈이 부드럽게 웃고 있잖아.

 

 

 

꼬마양은 차츰 늑대의 두 눈을 믿게 되었다.

 

 

 

그 무서운 얼굴이 어떻게 그리 부드럽게 보일 수 있는지 새상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아무튼 해치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은 늑대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볼 때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꼬마야!"

 

 

 

앗 어떻게 하지? 그냥 갈까....?

 

 

 

늑대의 따뜻했던 미소가 눈 앞에 스친다.

 

 

 

아무리 봐도 나쁜 늑대 같지 않던 그 눈빛도...

 

 

 

뒤돌아봐도 괜찮을 듯 싶다. 역시나 늑대가 넉넉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꼬마야, 미안해. 꽃 밟은 것 말야."

 

 

 

꼬마양은 그 말에 또 한 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늑대에겐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말 대문에 어색하게나마 한 번 웃어주어야 했고, 무리 속으로 줄달음쳐 가면서도 몇 번이고 뒤돌아 보았다.

 

 

 

  늑대는 꼬마양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늘을 쳐다보니, 아! 하늘에 방금 그 꼬마양이 조각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지만 역시 착각이다.

 

 

 

하얀 양털 구름일 뿐이다.

 

 

 

사나운 개들의 추격을 뿌리지고 언덕위로 돌아왔을 땐 어느 덧 저녁 노을이 하늘을 색칠하고 있었다.

 

 

 

  오렌지 빛으로 물든 언덕 아래를 내려다 보며 늑대는 생각했다.

 

 

 

사랑스런 양이었다고..... 꼬마양도 언덕위를 올려보며 중얼거렸다.

 

 

 

참 착한 늑대 아저씨였다고...

 

 

 

둘은 각자 그렇게 노을 빛과 같은 웃음을 머금었다.

 

 

 

참 희한한 오후였다며.....

 

"별똥별이다.....

후속편이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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