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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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매듭을 풀어주시는 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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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5-12-25 ㅣ No.86602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삶의 매듭을 풀어주시는 성모님

 

장순금 젬마(시인, 수원교구 매곡본당)  [나의 묵주이야기] 151

 

내 묵주는 손때 묻어 오래 나와 동행한 기도처럼 친근한

올리브 나무로 된 묵주다.

성지 순례에서 구입한 건데 요즘의 화려하고 예쁜 묵주에 비해

모양새가 볼품없이 작고 단순하나 예수님의 시신을 뉘었던

향유를 뿌린 반석에 놓고 두 손으로 문지르며

기도한 묵주라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이 묵주 덕분에

나는 묵주 기도와 더 친해졌고 어머니의 깊은 무한대의

사랑과 모성의 처절한 고통을 조금씩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고통의 신비를 묵상할 땐 모성만이 느끼는

극심한 고통과 신의 아들을 향한 뜨거운 고통도 함께 느끼는

피에타상을 떠올리게 된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고통과 상처라

그 무엇도 그 고통을 대신 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으리라.

 

그것은 신이 우리 인간들이 탐욕으로 인해

스스로 묶어놓은 매듭을 풀어주기 위해 성자 예수님을

희생양으로 성모님을 통해 보내신 것이다.

나는 어느 자매가 준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의 성화를

자주 한참을 바라보곤 한다. 교황님이 간절히 원하시는

기도문이기도 한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의 성화는

한 쪽이 꼬불꼬불 꼬인 매듭이 성모님의 손을 거치면서

매끈하고 순한 끈으로 풀어 변화시킨 모습이다.

 

마치 세상의 혼탁한 이쪽과 반대편의 평화를 보는 듯했다.

세상은 얽히고설킨 매듭으로 인해 국가 간의 이념과 종교 전쟁,

이웃과 가족 간 불통의 매듭, 무엇보다 가장 풀기 힘겨운

매듭이 자신과의 불화의 매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내 안에는 여러 개의 내가 있기에 방금 기도로 풀어 놓은

매듭이 돌아서면서 금세 다시 얽혀버리는 참담하고 슬픈

내 모습이 날마다 반복되고 있기에 절망한다.

 

내일이면 새로운 태양이 뜨듯이 씻긴 나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이런 시험과 회의는 반복될 뿐이다. 다만 끊임없이

어머니께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또한 주님의 기도문 중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구절에서 나는 늘 숨이 탁 막힌다. 기도문 중에 가장 어려운 기도 구절이다.

내게 상처 주고 배신한 사람은 용서가 안 되어

매듭처럼 심상이 꼬여 있는데 나는 신에게 용서를 구하니

참 모순된 나는 가짜가 아닌가? 오랜 성찰과 묵상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뱀의 머리를 밟고 있는 어머니의 발은 우리가 딛고 있는

지상의 수많은 유혹을 단번에 밟아 주리라는 믿음과

맘속에 들끓고 있는 갈등과 미움도 항구히 기도로 청하면

언젠가 변화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 언젠가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러나 어느 날 돌아보면 내가 화해의 지점

가까이 와있다는 걸 알아차릴 때도 있다.

 

성령의 힘이 기도가 가는 길을 밀어 올려

어머니의 전구와 함께 예수님께 이르도록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다.

내 안에 이리저리 얽힌 매듭들을 어머니께 채 다 고백하지 못하고

묻어둔 실타래, 한 올씩 꺼내 묵주기도로 도움 청하면

한 발자국씩 화해와 평화의 시간으로 다가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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