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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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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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자 [pjpp] 쪽지 캡슐

2000-05-24 ㅣ No.1198

 어린시절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얼굴도 채 모르며 자랐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집안에 어른들이 계시는 친구들을 보면 무척이나 부러워하면서 살았습니다. 결혼을 해서도  시부모님이 안계시는 집안에 오게 되어 나이드신 분들을 보면 좋아하고 따르게 되었습니다.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늘상 챙겨만 주시는 할머니들께서는 저를 대해 주시는 마음들이 늘 편안하게 다가왔고 그런 이유로 활동도 같이 다니며 많은 시간 속에 함께 하게되었습니다.

 큰 아이를 낳은 이후 잦은 유산은 많은 고생을 갖게하였습니다. 그런 사연을 잘 아시는 그분들은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대해  주셨습니다. 가까스로 임산이 되었고 한 칠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1980년대만해도 달동네에서는 집집마다 전화를 놓지 못하며 살아가는 가정이 많았습니다. 레지오 활동을 할 때에는 미리 약속을 하든가 아니면 일일이 찾아가서 만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분들은 약속을 어기거나 늦는 일도 없었습니다.

 활동을 같이 가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나러 가게되었습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 골목 저 골목을 굽이 굽이 돌고 돌아서 그 할머니 집 대문 앞에 서서 그분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분은 작은 아드님과 두 분이서 초라한 한옥의 작그마한 방 한 칸을 월세로 얻어서 살고 계셨습니다.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넘치는 정과 행복한 미소로 사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으며 그래서 전 그분을 더욱 더 좋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 세레나 할머니! " 라고 문밖에서 부르자 얼른 뛰어 나오시던 할머니께서는 " 골롬바! 어서 와!" 라고 팔을 붙잡으시더니 시집간 당신 딸님이 깻잎 장아찌를 가져왔다며 밥을 먹고 가라시며 붙잡으시는 그분의 인정을 차마 거절도 하지 못하고 방에 들어 섰습니다. 그분께서는 아랫 목에 묻어둔 밥 한 그릇을 꺼내어 어서 빨리 먹으라며 김장 김치와 깻잎을 방바닥에 그냥 놓아주시면서 많이 먹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과부가 과부 속을 안다’ 라고 하듯이 그분께서는 임신을 하면 남이 해주는 반찬이 더 맛있다며 밥도 더 먹으라며 곁에서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아드님 밥을 걱정하자 다시 지을테니 걱정마라며 깻잎을 애써 더 꺼내다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다 먹고나서 안 일이었지만 그 깻잎은 조금 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많고 좋은 음식들을 많이 먹어 보았지만 오랜세월 내 기억에 남겨진 음식은 별로없다 해도 과언이 아님니다. 그런데 깻잎 장아짜가 하나가 이렇듯 좋은 기억으로 남겨져오는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되어질 것입니다.  그날 제가 먹었던 그 반찬은 그 세레나 할머니께서주신 밥 반찬이 아니라 그분의 사랑을 먹고 왔지 싶습니다. 지금은 어느곳에 살고 계실지 모를 그 할머니! 감사의 표현을 하면서 그분께서 보여주신 그 사랑을 저도 다른이들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반찬으로 대접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다짐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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