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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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내 사랑의 밀실로 들어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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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5-10-15 ㅣ No.99828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내 사랑의 밀실로 들어오십시오!


 

사제들이 겪는 남모를 큰 고충들이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큰 슬픔을 겪은 분들이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찌 이럴 수 있냐?’며 울며 하소연할 때 뭐라 답변을 해드리기가 참으로 궁색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매년 돌아오는 삼위일체 대축일 마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서 삼위이신 하느님에 대해서 강론을 해보지만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이단을 선포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하신 하느님을 감지하거나 포착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신앙생활은 자신의 삶 전체를 건 모험 같습니다. 신앙생활을 시작할 때는 비록 확실하지 않더라도 하느님 앞에서의 존재론적 결단이 그렇게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신앙생활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닌 듯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위안꺼리 하나가 있습니다. 하느님이란 존재, 인간의 머리로 이해하기 힘들기에 하느님이십니다. 만일 하느님이란 존재가 인간의 머리로 그 실체를 낱낱이 다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 그 하느님은 더 이상 하느님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그분의 존재가 수학 문제 풀듯이 주어진 공식에 따라 정답이 나오는 존재라면 그 하느님은 더 이상 참 하느님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참으로 크신 분, 동시에 묘하신 분, 그리고 베일에 감춰져있는 신비로운 분이기에 더욱 매력이 있습니다. 인간의 지성으로는 도무지 파악이 안되며 그래서 언제나 알쏭달쏭한 분이십니다. 제한된 우리 인간의 사고방식과 논리로 접근하려하면 애를 쓰면 쓸수록 더 이해하기 힘든 분이십니다. 그분은 마치 한 마리 어여쁜 나비와도 같습니다. 가만히 오래도록 바라봐야만 겨우 그분을 실체를 아주 조금 파악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의욕만 앞서서 성급히 다가가면 더 멀리 날아가 버리는 그런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다가오실 때 동일한 방식으로 다가오시지 않고 각 사람에게 적합한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와의 지극히 개별적인 1대 1의 만남을 원하십니다. 당신의 신비로운 ‘밀실’ 안으로 우리가 들어오기를 기다리십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학자는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그리고 자주 그 ‘사랑의 밀실’로 들어갔습니다. 밀실로 들어가 보니 더 신비롭고 더 깊은 또 다른 밀실이 있었기에 데레사는 그 밀실로도 들어갔습니다.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밀실로 향하는 문이 열려있어 또 하나의 밀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데레사는 하느님 사랑의 제칠 궁방까지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 안에서 그녀는 하느님 아버지와 혼연일체가 되었습니다. 그 방에서 데레사는 한없이 풍요로운 하느님 자비에 흠뻑 취했습니다. 그방에선 데레사는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다 잊었습니다. 그저 그분께서 건네시는 따뜻한 격려와 위로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밀실을 빠져나와 세상으로 건너왔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는 데레사와 같은 관상기도 생활, 우리 같은 범인에게는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저는 어렵게만 여겨지던 관상기도가 우리에게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죄인인 우리를 향한 끝도 없이 흘러넘치는 하느님 사랑, 해도 해도 너무한 바보 같은 하느님 사랑을 알게 되고 그 사랑을 내 마음 안에 담으면 거기서 관상기도는 시작됩니다. 질그릇 같이 투박한 내 안에, 그리고 함께 걸어가는 이웃 동료들과 세상 안에 가득히 현존해 계시는 하느님의 자취를 느끼고 감사하기 시작한다면 벌써 관상기도 생활은 시작된 것입니다.


 

“이렇게도 좋은 벗이 우리 곁에 계시는 것 이상으로 더 바랄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분은 우리가 그 어떤 곤경과 근심걱정 속에 있다 할지라도 세상 사람들이 하듯 그렇게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그분을 참으로 사랑하며 항상 자기 곁에 모시고 있는 사람은 복됩니다. 엄위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밀실로 우리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는 기꺼이 그곳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학자 저서)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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