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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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옥 [songdo] 쪽지 캡슐

2001-08-18 ㅣ No.4399

매일 메일(mail) 서비스에서 

[오늘의 † 복음]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하늘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마태오 19,13-15)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사뮈엘 베케트)

나이가 제법 들어가면서 매일의 생활 속에서

인정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기다림이라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보다 더 필요한 건

어쩌면 기다림이라는 것.

세상에는 절실하게 바란다 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도

기다림을 통해서 알았지요.

한때는 기다림에 끝이 있는 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다림이라는 건 하나가 지나가면

또 하나가 오나 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제게 “삶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온다면

“기다림”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어릴 적 시간 약속에 무뎠던 저는

친구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기가 일쑤였는데,

지금은 거꾸로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오히려 여유와 기대를 갖게 된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짜증나고 지루한 현실이야 어찌 됐든

좋은 상상을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잠깐 멈춤’이나 ‘쉼’이라는 표지판이

되어 주기도 하구요.

당신, “사랑해요”라는 말보다 “기다릴게요”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 * *

블라디미르 불행히도 인간으로 태어난 바에야

이번 한 번만이라도 의젓하게

인간이란 종족의 대표가 돼보자는 거다.

네 생각은 어떠냐? (에스트라공, 아무 대꾸가 없다.)

하기야 팔짱을 끼고 가부를 이모저모 따져보는 것도

우리 인간 조건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

호랑이는 아무 생각 안하고 제 동족을 구하러

뛰어들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깊은 숲 속으로

달아나버리기도 하지.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게 아니야.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를

따져보는 거란 말이다.

우린 다행히도 그걸 알고 있거든.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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