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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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와 엥겔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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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17-06-07 ㅣ No.90097

 

 

채식주의자와 엥겔지수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373
지난 주 금요일부터 우리집 저녁 식탁 위엔
그야말로 초원이 쫙 깔리기 시작했다.

모종을 심은 지 약 한 달 만에
여러 가지 채소가 무럭무럭 자라 드디어 식탁에 오를 정도로
탐스럽게 자라서 드디어 식탁에 오른 것이다..

그린과 레드, 두 색깔의 잎 상추와
두 가지 종류의 케일,
그리고 깻잎 - 이렇게 다섯 종류의 채소가
일명 '오겹쌈'의 기본인데
얼마나 풍성하게 잘 자라는지 수요가 공급을 당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러니 주변의 지인들과 형제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어도
여전히 텃밭은 빈 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푸르다.
그러니 요즈음 기본 저녁 밥상은 응당 오겹쌈밥이다

일요일 저녁엔 기본 메뉴인 오겹쌈에다가 
텃밭에 그냥 자라는 부추를 썩썩 잘라다가
부추 부침개를 추가했다.
어디 그뿐이랴,
은근 슬쩍 텃밭 한 귀퉁이에 자라는 질경이를 살짝 데쳐서 
고추장에 버무린 질경이 나물도 식탁에 올라오니
푸릇푸릇한 기운이 넘치는 식탁을 바라보며
흐뭇하고 대견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별로 씹을 것이 없을 것 같은 오겹쌈에
질경이 나물의 등장은 씹는 기쁨 하나를 추가했다.
(질경이 나물의 양이 많아지면 씹는 기쁨이 고통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저녁 밥상엔 
여릿여릿한 찐 호박잎까지 등장 했으니
여기서 더 무얼 바랄 수 있을 것인가.
밥을 여린 호박잎에 싸서 쌈장과 함께 먹는 맛이란----

지금 우리 텃밭에선 가운데 손가락 크기의 아삭 고추도
여기저기서 경쟁이라도 하듯 자라고 있으니
다음 주부터는 고추도 당당히 밥상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오이와 호박, 토마토 모종에도
꽃이 피었으니 머지않아 열매를 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두어 달 동안은
우리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만 먹어도
전혀 부족함 없이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 해 적어도 두어 달은
식비가 거의 들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로 바꾸어도 무방할 것이다.

경제 용어 중 '엥겔지수'라는 게 있다.
가계의 총지출 중에서 
식료품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게 엥겔지수다.
저소득 가계에서 높고,
고소득 가계에서 낮다는 통계적 법칙을 말하는 것으로 
나는 기억하고 있다.

현재 우리 집 텃밭의 상황으로 판단하건대,
적어도 6월 ,7월 두 달은
쌀 이외의 다른 식량 공급이 끊어져도
생명 연장엔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이다.

결국 우리집 6,7월의 엥겔지수는 
조금 과장해서 제로에 가깝게 나올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오를 정도의 수치라는 이야기다.
푸르고 풍성하게 자라는 텃밭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니
아마도 엥겔지수는 더 낮아지지 않을까?

돈도 돈이지만
부자가 되는 기분도 함께 덤으로 딸려오는
채식주의자의 특권을 어찌 포기할 수 있을까?
그런 기쁨 때문에
오늘도 오겹쌈을
나는 엥겔지수가 아주 낮은 
부유층의 일원이라는 자긍심까지 함께 싸서
입이 터져라 우적우적, 

그리고 아주 씩씩하게 먹고 있는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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