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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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트트릭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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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17-06-27 ㅣ No.90200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752

 

축구에서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3골을 넣으면 해트트릭이다. 

크리켓에서 시작했다.

1858년 영국 셰필드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올 잉글랜드 일레븐과 할람 22와의 경기였다.

올 잉글랜드 일레븐의 볼러 H.H. 스티븐슨은 공 3개로 할람 22의 배트맨 3명을 아웃시켰다. 

이를 기념해 대회 주최측은 스티븐슨에게 새 모자(hat)를 선물했다. 

공 세개로 새로운 모자를 받는다고 해서 해트트릭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축구만이 아니라 아이스하키, 럭비, 라크로스 등에서도 이 용어를 쓴다. 

아이스하키와 라크로스에서는 축구와 같이 한 선수가 3골을 넣으면 해트트릭이라 한다. 

럭비에서는 한 선수가 세번의 트라이를 할 때 쓴다. 

다트에서도 해트트릭이 있다. 한 선수가 연속해서 3차례 불스아이(다트판 정중안 붉은 부분)에 다트를 꽂으면 해트트릭이라 한다. 

 

 

 

 

요즘 내가 심상치(?) 않다. 


지지난 주 일요일 아침에도, 지난 주 일요일에도

축구를 하며 두 경기 연속 골을 넣은 것이다.


그리고 어제는 해트 트릭을 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세 골을 넣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올 해 환갑이 되는 내가

"그 어려운 걸 해 냈지 말입니다."라고

말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젊은 시절 같으면 무척이나 우쭐댔을 것이다.

내 능력과 기술을 반추하며 여기저기서 

무용담을 이야기 하듯 자랑스럽게 떠벌였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아니 한 것은 아니다.


우리 식구들 페이스 북에 퀴즈를 냈다.


내용은 이렇다.


"오늘 아빠가 해트 트릭을 했을까, 못 했을까? 이게 어려우면 아빠가 몇 골을 넣었을까?"

 

좀 유치찬란하다. 

아니 아주 많이 유치하다.

아이들은 나를 닮아서 영민한 것 같다. 

하나같이 잘도 정답을 맞춘다. 

 

내가 아이들에게 이런 자랑질을 하는 것은

물론 자랑 그 자체를 위해서는 아니다.

첫 번째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그리 하는 것이고

두 번 째로는 아빠가 아직 건강하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아이들에게 아직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건재하다는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에게 하는 자랑질은

어떻게 보면 나의 유치한 사랑법 중 하나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면도 마찬가지이지만

축구를 더 잘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그런 욕심은 고이 접은 지 오래다.

다만 우리 팀원들과 함께 어울리며 땀을 흘리고 싶은 소망은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제일 연장자로서 나이가 먹어도 축구를 통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모범이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팀에 짐이 되기 전까지는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축구는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여럿이 모여야 경기를 할 수 있다.

 

나는 우리 축구팀도 가정과 마찬가지로

작은 교회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여러 다른 사람들의 모임인 것처럼'

축구 팀원들도 각자 다른 모습과 성격,

그리고 다양한 기술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이다.

물론 좋은 점과 함께 장점보다도 

더 많은 단점도 가진 모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씩 축구팀에서 하늘나라를 체험하곤 한다.

하늘나라를 묘사하는 예화가 있다.


어떤 사람이 하늘 나라 여행을 갔다.

천당과 지옥 두 군데를 다녀 왔는데

두 곳 다 맛 있는 음식이 식탁에 가득 쌓여 있었다.

이상하게도 천국의 사람들은 모두 알맞게 살찌고 

아름답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비해서

지옥의 사람들은 그 반대였던 것이다.


가만히 살펴 보니 사람들은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데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입으로 젓가락을 가져 가긴 해도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고

천국에 있는 사람들은 긴 젓가락으로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먹여 주는 것이었다.


남을 먹여 줌으로 자기도 먹고 살이 찌는 곳이 바로 천국인 것이다.


언젠가 썼던 나의 '축구 사랑법'이라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이제 더 이상 축구를 잘 하기는 틀렸다.

가능한 이른 시간에 나가 머릿수를 채운는 일로

나의 할 바를 할 뿐이다.


우리 팀이 천국이 될 수 있는 것은

서로서로 다른 사람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는 개개인들 때문이다.


날이 더워졌는데도 눈치 없이 커피를 사 오는 사람부터

자신 뿐 아니라 남까지 마실 수 있도록

큰 보온병에 시원한 물을 늘 가지고 다니는 사람,

팀을 구분하기 위해 입는 땀으로 쩐 조끼를 

매주 상큼하게 빨아 오는 사람,

공과 장비를 챙겨 다니는 사람,

공이 필요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공을 도네이션하는 사람,

겨울이면 간이 골대를 운반하는 사람,

그리고 날이 더워진 요즘 간식거리로 시원한 수박을 들고 오는 사람,

그리고 남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기 위해

시간에 늦지 않게 나오려 마음을 쓰는 모든 단원들 때문에

우리 축구팀은 일요일마다 천국을 다녀 오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천국에 있는 모든 이는

마땅히 해트트릭으로 받을 수 있는

모자를 선물로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내가 기록한 해트트릭은

마땅히 우리 팀 모두가 한 것이라고

다주 겸손되이 말하고 싶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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