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할배요~ 혈압올라 죽겠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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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남 [agnes536] 쪽지 캡슐

2015-06-16 ㅣ No.84989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열쇠 줘요, 문열게..."

"나?  나몰라~~"

"아니?  진짜로 침해인가 보네... 열쇠 아까 산에가기전에 잠갔놓곤 어쨌시유?"

"잘 찾아봐   난 몰라~~"

"맨날  모르쇠로만 살라꼬 그라나? 궁시렁거리며 문앞까지 왔더니,

"이기 뭐꼬?  우짠다꼬 열쇠가  문에 꽂혀있노?  아니,, 이 할배가

문에다  달라당 꽂아놓곤 내보고 또 덮어 씌울라꼬..."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다..

내가 오늘 새벽 산에 갈려고 신을 신고 나오는데 어지럼증이 있어

문턱에 걸터앉은게 생각난다.

할배는 그때 먼저 나와 닭장에 들렀다 오는 길이었고...

그러면, 분명 내가 뒤에 나오면서 열쇠를 걸어놓곤 그냥  산행을 떠났나 보다.

이럴땐  그냥 내가 모르쇠~해야지..


속이 좀 미식거리고 어지러운게 영~ 기분이 안좋았지만서도..

할배가 알면 얼씨구나 하고  집에서 더 자자고 할게 분명한지라..

혼자만 고민하며 짝대기 줏어들고 논두렁을 지나고, 고갯길도 넘고,

찻길도 지나 숲속길로 들어설때까지, 이상현상 때문에 걱정이 되었는데

산 중턱쯤 오르니 괜찮아졌다.


생각해보니, 혈압약을 많이 먹어도 그런현상이 오는감?

오늘 새벽 분명 물한컵에다 약을 먹은것 같기도 하고, 또 아닌것 같기도 해서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고선  한알을 더 먹었더니, 그래서 그랬는가?

싶기도 하고....


할배와 둘이서 어떤땐 서로 먹었냐? 안먹었냐?로 우왕좌왕 거리는 날들이

빈번해졌다.

갑갑하고, 인정하기싫은 속상함으로 어제는 달력을 30일짜리 한개 만들어 달라며

약봉투를 날짜마다 매달아놓고 먹을란다했더니...

할배왈~

"쪽팔리지도 않으냐?"며 핀잔을 주곤, "내가 하나 그런 약통을 사다주겠다"더라~~


멀쩡하면서도, 아리달쏭한 일상의 일들이 엉켜버릴땐, 인정하면서도 속상하고

두려운게 사실이다.

정정했던 작은집 부모님둘다, 쓰러져 자식들에게 짐이되고 있는 걸 보면..

살아있는 동안은 제 정신으로  , 제발로 걸어다녀야 해..


하여, 나는 허리가 아프다!  텃밭에 잔손질이 많아 산에는 절대로 갈수없다는

할배를  첨엔, 내비두고, 혼자서 새벽이면 일어나 런닝머신위에서 1시간을

묵주알들고  구슬땀 흘려가며 심신을 단련해 댔는데..

이대로 그냥 놔두면, 할배의 배는 이제 제왕절개라도 해야 할판이라~

궁리를 했다.


아침이면,

이노뮈 할배는 마냥~ 십분만. 십분만 하며 일어나질 않는다.

산달이 다 되오는 배는 우짤라꼬 그라노면서. 저녁엔 아예 밥은 한톨도 없는

상추쌈과,. 주스한잔으로 때우게 했더니,


한 일주일 신나라며 먹곤, 당신 배를 두드리며, 꼬맹이가 엄마한테 자랑이라도 하듯...

"나 이제 배가 쏙~ 다 들어갔다. 봐~  이것봐~ 보라니까?"

"치~ 그래도 춘복씨하고 순대국한그릇만 묵으면 금방 뻘떡 일어날꺼로.."

"아니야~  배가 다들어 갔다니까?" 하며 등을 곧추세우고,ㅡ 배는 힘껏 밀어넣는 자세하곤...


칠순의 주책맞은 악동일텐데도,  순진하게 보여져 나로하여금  웃음 한번 크게 웃게 해준다....

아이들이 흔히 말하는  콩깍지는 아닐테고...이 나이에..끙~


생각다 못해 어제밤엔 아예 꾀를 부려~~

"나 혈압이 높아져가고 있으니, 내일 새벽부턴 다시 명봉산을 올라야 겠네요."

했더니,  등산화가 없는데..  비도 올지도 모르고..

해서 오늘 새벽에 긴가민가 깨워봤더니

아무말도 않고 부시럭거리며 일어나  옷을 챙겨입더라.


아마도, 어젯밤 마누라의 잔꾀에 순진한 아담이 깨꼴딱 넘어가  사과한입

덥썩 베어물기라도 한듯?

하와도 그러하였듯이, 나도  남편과 함께 건강챙겨, 오래오래 같이 살고픈

지고지순?ㅋㅋ의 사랑때문시 어쩔수 없는 잔꾀로 할배를 꼬드겨 넘어가게 했으니..


아마 그옛날 하와도, 그 예쁜 과일을 남편에게도 먹게 하고싶은  일심동체로서의

나 돌봄이 아니었을지... 그리도 생각되어 진다.


어쩌면 , 마누라의 잔꾀에도 불구하고, 눈감아주며, 마누라가 좋아라하는 걸 들어주면

덩달아 뿌듯해 행복한 할배의 깊은 뜻이 있을지라도,

오늘은 그저,  멍청한 아담이  하와의 깊은 뜻도 모르고, 기냥 속아넘어갔다고 해두고 싶다.


얼마만에 오르는 산인지. 느릿느릿,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오르는 산은

그래도 힘이 들어 이마에, 코에, 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온다.


새벽산엔, 뻐꾸기놈 그예 뻐꾹거리며, 신기하지도 않은 소리를 내샀고,

까악~ 까악~ 바리톤의 중저음으로 온 산을 울려대는 저 까마귀란 놈들도 시끄럽고,

생전 처음들어보는 듯한 가녀리고, 풀피리같은 저 작은 새들의 합창은

나무들을 깨우고, 친구들을 불러대며, 새로운 하루를 신명나게 놀아보자는듯 ...


명봉산의 새벽이 들썩거려 댄다.


꼭대기에 올라  도라지즙 한잔 마시고, 저 멀리 앞산을 바라보며 숨한번 크게

들여마시며, "아~  시원하다, 아~ 좋다"   쉬었다 뒤돌아 내려오며

누구에겐지도 모를 인사한마디 건넨다.

"잘 계시이소~  우리 갑니더~이~!"


약수터와 갈라지는 팻말앞에 서서, 할배와 함께 활짝웃는 얼굴로

사진한장 셀카로 찍고 내려오며.

목요일날도 꼭 다시 산에 오르자고  할매는  할배를 졸라댄다..


"아이코~  와이리  혈압이 오를라 카노~~ 산에를 와야지

혈압이 내린다 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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