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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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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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6-06-12 ㅣ No.87846


엄마와 딸,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사랑

 

초등학교 4학년 딸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매사에 트집이고, 엄마 말은 무조건

잔소리라면서 짜증만 냈다. 사춘기가 좀 일찍 온 건지,

하루는 너무 화가 나서 ‘너 때문에 힘들다’고했더니

‘그럼 나를 키우지 말라’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건 분명한데 어쩌다

이렇게 꼬였는지, 나도 아이도 참 힘들었다.

어느 날 밤, 기도하려고 촛불을 켰는데 그날따라 성모님의 눈빛이

무척 매서웠다. 그 느낌이 어찌나 생생한지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들어 겨우 기도를 마치는데 문득 친정엄마가 생각났다.

 

강하고 고집스러운 분, 우리 엄마 역시 나에겐 지긋지긋한 잔소리꾼이었고

당신 뜻대로 되지 않으면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강한 분이셨다.

한때는 정말 친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내 생각이나 스타일은

존중받지 못했고 그저 엄마 뜻대로만 하면 좋은 딸 착한 딸이었다.

 

그런데 그날 성모님 앞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에게도 성모님의 원의(原義)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사랑하셨던 것처럼, 엄마 역시 온 마음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걸…. 비록 그 사랑법이 부담스럽고 피곤할지언정

그 원의는 의심치 않아야 된다는 걸 말이다.

 

그날 성모님 앞에서, 불편했던 엄마에 대한 감정이 순식간에

정리되더니 갑자기 딸아이에 대한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아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하기 전에 우선 나부터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은 하느님이 정리하시겠지….

늦은 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휴대폰 조작이 서투른 엄마가 그 메시지를 보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은 그저 내 마음을 망설이지 않고

표현해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엄마도 나도 그리고 딸아이도 우린 모두 부족한 인간이라서 내 사랑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활짝 핀 장미꽃을 사랑한다고

그걸 손으로 꽉 움켜잡으면 장미꽃도 손도 상처를 입을 게 뻔하다.

그저 꽃을 바라봐주는 게 그 꽃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가 아이에게 던졌던 조언들이 아이에게는

엄마의 지긋지긋한 잔소리였고, 어느 순간에는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는지 의심하게 했을 거다.

내 사랑이 아이를 힘들게 한다면 내 방법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모든 걸 멈추고 그저 아이를 바라봐주는 것이 관계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다.

 

요즘 딸아이는 잘 웃는다. 잔소리꾼 엄마라고 장난스럽게 얘기할지언정

아이의 표정은 전보다 밝아졌다. 나 역시 엄마에게 전화를 자주 건다.

식사는 하셨는지 성당은 다녀오셨는지 내일은 누굴 만나는지.

그동안 엄마가 열심히 살았고 또 기도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잘살고 있다고. 인색했던 엄마에 대한 사랑을 되도록 많이 표현하려고 한다.

 

오늘도 성모님께 기도를 드린다.

그 인자하고 따뜻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나에게 엄마가 계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딸아이를 통해

사랑이신 주님을 알게 해주심에 감사하다.

 

더 크고 좋은 걸 바라는 청원기도가 아닌,

그저 오늘 하루로 충분한 감사기도로.

성모님의 은총이 충만한 성모성월이다.

오정은(카타리나·41·주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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