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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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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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03-26 ㅣ No.5941

숨바꼭질

 

 

한 무리의 아이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졌습니다. 자동차 뒤로, 큰 나무 뒤로, 또 어떤 아이는 노인정 건물 뒤쪽으로 가 숨었습니다. 숨바꼭질을 하는 모양입니다. 술래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니 놀이터 의자에 어떤 꼬마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그 아이 곁에 가 보았습니다. 한참 숫자를 세던 아이가 잠시 쉽니다. 끝났나 싶었는데 "하나, 둘, 셋, 넷,..." 하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든 아이가 주위를 휘이 둘러보기에 궁금한 걸 물었습니다.

 

"몇까지 세었니?"

"백오십까지요."

"그런데 왜 아까 다시 하나부터 세었어?"

"잘못 세어서요."

 

아이의 대답이 가슴을 쿵 때립니다. 숫자를 세다가 중간에 잠깐 빼먹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열도 아니고 스물도 아닌 백오십이라는 수를 처음부터 다시 세기 시작하다니! 아무도 보지 않는데 그 아이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했던거죠. 검게 그을린 얼굴이 어찌나 씩씩해 보이던지 또 한마디 던져 보았습니다.

 

"애들 어디로 갔는지 알려 줄까?"

아, 그런데 이 아이가 끝까지 나를 감동시킵니다.

"괜찮아요. 제가 찾아야 재미있어요. 그게 우리 규칙이거든요."

그리고는 이내 뛰었습니다. 애들이 흩어져 간 반대쪽으로...

 

애들이라고 어리다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른들의 차고 굳어진 감성과는 다른, 정말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만나게 됩니다. 그 아이가 다시 이쪽으로 뛰어옵니다. 친구들을 찾았느냐고 물었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아직이요" 하고는 저만치 뛰어갔습니다. 뜨거워지는 내 가슴 위로 노을도 조금씩 그 붉은 빛을 쏟아 놓고 있었습니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 참 어려우면서도 소중한 일입니다!

 

- 안성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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