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돌려 받은 초대권

스크랩 인쇄

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09-16 ㅣ No.7259

 

 

1996년 겨울, 내가 속해 있던 록 음악 동아리의 마지막 정기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선배들은 공연 준비에 바빴고, 1학년인 우리들은 관객 동원에 여념이 없었다. 가방에 공연 안내 팜플렛과 초대권을 가득 넣고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어 세우고는 "정말 멋진 공연입니다. 꼭 오세요."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팜플렛과 초대권을 쥐어 주었다.

 

하지만 우리가 나눠 준 팜플렛과 초대권이 사람들에겐 여느 광고지와 다를게 없었다. 길거리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팜플렛과 휴지통, 공중전화 부스안에 버려진 초대권을 보며 우리의 어깨는 점점 더 처져 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우리는 백명에 하나라는 희망을 품고 나누어 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었는지 웬 어린 사내 녀석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때다 싶은 표정을 짓더니 내 앞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아주 숩어하며 "아저씨, 저도 한장 주면 안되나요?" 하는 것이었다.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그 꼬마에게 "그래, 두장 줄테니 엄마랑 손잡고 와라."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꼬마는 매우 기뻐하며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참 뒤 초대권도 몇장 남지 않고 해서 나머지는 집에 가면서 나누어 주기로 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아까 그 꼬마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가 싶더니 나를 보고는 내게로 달려왔다. 꼬마는 숨을 헐떡이며 까만 봉지를 내밀었다. "아저씨, 우리 엄마가 이번 주 토요일에 외할머니네 가야 한대요." 까만 봉지 안엔 내가 준 초대권 두장이 들어 있었다.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내다본 창 밖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돌려 받은 초대권의 감동만큼이나...

 



306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