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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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굽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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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11-26 ㅣ No.7691

 

 

 

그날은 정말 추웠다. 얼마나 추웠는지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서 있는데 손발에 감각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왜 빨리 전철이 안 오나 하며 종종걸음을 치면서 기다리고 있자니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와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 한분이 계단 손잡이를 잡고서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별 생각없이 내려다 보고 있는데 앞장서서 올라오는 그 아이가 할아버지가 잡을 계단 손잡이를 열심히 문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 나는 그 아이가 또래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장난을 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참을 바라보니 장난이라 하기에는 그 아이의 표정과 몸짓이 너무나 진지했다.

그래서 찬찬히 그 아이의 행동을 살펴 보았더니 아이는 할아버지가 잡을 계단의 손잡이를 자신의 체온으로 미리 녹이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나느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벅차오는 것을 보면서 문득 학창시절 언젠가 선생님이 들려 주셧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역 계단의 얼음처럼 차가운 손잡이를 잡지 않고도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과연 어떨까요?"

자신의 몸을 제대로 지탱할 수 없어 그 차가운 손잡이를 잡아야만 하는 사람의 심정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도 언젠가 그러한 입장에 처하게 될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비록 어린아이였지만 사랑과 배려가 가득한 그 행동을

보고 나는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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