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나의 묵주이야기] 118. “아, 저 묵주가 사람을 살렸구먼!” 박영웅 요한 사도(수원교구 군포 수리동본당)

인쇄

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5-04-07 ㅣ No.84473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박영웅 요한 사도(수원교구 군포 수리동본당)


묵주는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이요, 믿음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인데 새삼 이야기하려니

쑥스럽고 어색한 생각이 든다.

아직도 먼 신앙의 여정에서 성모님께 전구만 하면서 살았던 부끄러운 날들만 기억된다.

나와 묵주가 만나게 된 것은 기도보다는 신기하고 예쁜 묵주를 소장하려는 욕심에서 출발하여

전국 유명 성당과 성지를 순례하며 수집하고부터다.

그러면서 묵주가 단순한 기도의 횟수를 헤아리는 계산기가 아니라 한 줄 안에 아드님의 기도와

어머니의 기도가 함께 들어있는 깊은 뜻을 알고서 묵상 가운데 ‘묵주만 많이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냐 기도를 해야지’하는 성령님의 질책과 권면이 함께 들려왔다.

나는 묵주기도를 하루 10단 이상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았다.

재미도 있었고 즐거움도 말할 수 없었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도 묵주기도 1단을 바치는 사이에

한 정거장은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지나가니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은총을 누리게 되었다.

이렇게 일상이 되면서 남을 위한 지향을 넣어 기도하니 더욱 보람이 있었다.

그래서 먼저 선종하신 분 중 마음속에 있는 분들을 위해, 본당을 위해, 냉담 중인 교우들을 위해,

더 크게 나아가 통일을 위해서도 필요한 기도를 드리니 영혼이 한층 맑아지는 것 같았다.

이제는 묵주를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또 뭔가 답답할 때 아버지에게 할 수 없는 말도 자애로운 성모님께 ‘도와주세요’ 하면

그때마다 하느님을 통해 도와주시니 고마움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뿐인가.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서 바치셨던 기도를 내가 죽을 때에도

똑같이 빌어 달라 청하니 묵주의 큰 힘이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성모송 한 자 한 자가 돌판에 새기듯 신중한 기도로 발전했던 것이다.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바오로의 회심(갈라 1,13-16)은 아니지만 신앙의 전환점이 된 것도 사실이다.

묵주기도는 맛 들이기가 힘들지, 맛을 알고 나면 중독되어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갔던

자캐오(루카 19,4-5)의 심정으로 간절한 기도를 하게 된다. 이렇게 묵주를 손에 쥐고 살다 보면

일화도 많이 생긴다. 평소 산을 좋아하여 산행하고 내려오는데 사찰 앞에 긴 행렬이 있다.

옆 사람에게 무슨 줄이냐고 물었더니 점심공양으로 국수를 준다는 것이다.

줄을 서서 내 차례가 됐는데 배식하던 보살 아주머니가 손에 든 묵주를 보고는

긴 국자로 떠밀면서 비키라는 것이다. 국수도 못 먹고 무안을 당한 채 산 밑에 오니,

교우들을 만나 설렁탕 대접을 받았다. 성모님께서는 다른 방법으로도 먹이시는 것이다.

그러면 생명을 구한 이야기도 안 할 수 없다. 청계산에서 가을 등반을 하며 단풍에 취해

하느님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내려오는데 갑자기 말벌들이 달려든다.

당황하여 피하려다 발을 헛디뎌 절벽으로 굴러떨어졌다. 나는 그 순간을 모른다.

정신을 잃고 있는데 인기척이 들리면서 구조되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어떻게 살았어,

아 저 묵주가 살렸구먼.’ 알고 보니 미끄러지면서 묵주에 나무뿌리가 걸려 더 떨어지지 않고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장미 1만 송이를 봉헌하겠습니다. 어머니가 이끌어주신 푸른 풀밭이 아니고

잔잔한 물가가 아니면 그것은 푸른 풀밭도 잔잔한 물가도 아닙니다. 항상 겸손한 존재로,

목마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성모님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아멘.

※‘나의 묵주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으로 연락처와 함께 pbc21@pbc.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2,561 5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