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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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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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필 [ksp3] 쪽지 캡슐

2003-04-25 ㅣ No.4804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져 가기를...'

 그룹 부활의 'Never ending story' 중의 일부 노랫가사입니다. 이 간절한 소망이 담긴 노랫가사가 지금의 제가 부르고 싶어하는 노래입니다.

 

 어제 '오세암'이라는 영화 시사회장에 갔었습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말만 듣고 참석했던 것이라서 별다른 기대없이 영화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저에게 등장한 꼬마아이는 '길손이'라는 친구였습니다. 앞 못보는 누나와 함께 엄마를 찾아나서는 길손이. 그 아이에게 엄마는 가장 절실하고 보고싶은 존재이지만 꿈에서 조차 만날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길손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 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 공부도 할 수 있나요?

  그럼 엄마를 만날 수 있을텐데..."

 

 길손이는 단순히 엄마를 보고 싶다는 그 마음하나로 스님과 함께 산 깊숙한 암자에 공부를 하러 갑니다. 그러나 스님은 필요한 것들을 구하러 시장에 내려갔다가 폭설이 내려서 암자에 돌아가지 못하고, 그 곳에는 길손이 혼자 남겨지게 되죠. 그 누구도 보살펴 줄수 없게 된 길손이는 관세음보살님이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보살님을 엄마라고 부르게 됩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된 길손이는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인 엄마를 생각하면서 관세음보살님에게 자신을 내맡긴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눈이 녹을 무렵, 스님은 길손이의 누나와 함께 길손이 홀로 남겨져 있을 암자에 도착하는데,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어디선가 길손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 순간 누나의 마음의 눈이 열리고그 앞에 길손이를 가슴에 품고 있는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보살님은 엄마로 바뀌고 엄마와 길손이가 함께 있는 행복한 꿈을 꾸게 됩니다. 관세음보살님이 말씀하십니다.

 

  "이 아이는 나를 어떠한 다른 꾸밈도 없이 불러주었다."

 

 길손이는 관세음보살님의 보호아래 극락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영화가 끝났습니다.

저는 한동안 말을 잊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저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마음을 다해 부르면... 엄마가 와줄까요?"

 길손이가 묻던 질문은 곧 저의 질문으로 바뀝니다.

 

 "정말 마음을 다해 부르면 예수님과 성모님을 볼수 있을까요?"

 

 이것은 2000년전 베드로의 물음으로 다시 바뀝니다.

 

 "예수님을 세번이나 배반했던 저인데, 저같은 이에게 다시 예수님이 와주실까요?"

 

 그러나 베드로는 그 질문을 다 마치기도 전에 예수님을 뵙자 겉옷을 두른채로 물속으로 뛰어들어서 그분께로 달려갑니다.

 사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배반한 죄책감과 더불어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실때문에 예수님을 어떻게든 잊어보고자 다시금 세상의 현장으로 돌아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티베리아 호숫가에서 그물을 치며 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합니다. 예수님을 잊고자 고기를 잡으러 왔지만, 고기를 잡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더 예수님을 뵙고 싶어했던 베드로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오시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물 가득 고기가 잡힌 것입니다. 직감으로 예수님을 느낀 베드로는 요한의 말을 듣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예수님께 뛰어들었습니다. 예수님을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채울 수 없는 그 공허속에 있던 베드로가 그물에 가득찬 고기처럼, 그 마음을 가득 채워주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얼마나 기뻤을까요?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마음을 다해 부르면 예수님이 와줄까요?

 

 오늘 저는 길손이와 베드로와 함께 그리워하는 이를 볼 수 있는 공부를 하러 제 마음 깊숙히 있는 암자로 길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져가기를'

 

 두손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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