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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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거부하는 자매님 [사도직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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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5-09-02 ㅣ No.85665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음식을 거부하는 자매님 [사도직 현장에서]
이영일 수녀(전주교구 가정방문실 원장,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 

 

5년 전 일이다. 전주의 한 서민 아파트에 사는

자매님에게서 다급히 전화가 걸려왔다.

“수녀님, 저희 옆집 자매님이 뼈만 앙상하게 다 죽어가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수화기를 내려놓고 무작정 과일, 음료수를 챙겨 방문길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 방문한 집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입구부터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7평 남짓한 집은 방치된 곳이었다.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자매님은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살아와

음식을 제대로 못 먹게 된 거식증 환자였다. 그의 삶은 이랬다.

자매님이 두 살 때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하셨다.

 

그런데 아버지 재혼 후 함께 살게 된 의붓어머니는

자매님을 때리거나 혼내기 일쑤였다.

어렵게 결혼한 뒤로는 남편에게 매 맞는 여성으로

비참하게 살았다. 평생 폭력 속에 살아온 것이다.

 

폭력의 흔적은 그때도 여기저기 있었다.

구멍 난 옷장은 남편이 때려 부순 흔적이었고,

자매님이 긴 머리로 얼굴 옆을 한껏 가린 것은 남편이 홧김에

가위로 귀를 잘라 그런 것이었다. 가슴이 쓰리도록 아팠다.

이후 5년째 자매님과 연을 맺어오고 있다.

 

금방 세상을 떠날 것처럼

아픔 속에 살았던 자매님은 그새 많이 밝아졌다.

필요한 먹거리를 계속 챙겨드리고,

말벗이 돼줬다. 자매님은 어느덧

“이젠 하느님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하느님께 빨리 가게 해달라”고 말씀하신다.

 

과거 아픔 속에만 지내던 자매님을 떠올리면

지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직장 다니는 딸이 있어 기초생활수급비는 못 받고 있지만,

“그래도 빚이 없어서 행복하다”고 소박하게 웃으신다.

자매님을 온전히 치유해주시도록 오늘도 주님께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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