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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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15-11-02 ㅣ No.86194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꽃자리


반갑고 / 고맙고 / 기쁘다.

앉은 자리가 /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 고맙고 /기쁘다.  구상--


 

지금 부르클린에서 하고 있는 세탁소를 시작한 것이 1990년이니까

올해로  19년이 지나고 20 째로 접어들었다.

우리 세탁소의 역사는 우리  아들의 나이와 같다.

준기가 태어나면서  일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스무해 가깝게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집도 장만했고 아이들도   없이  자라주었음을 생각하면,

감사만 해도 부족한데 감사한 시간보다는

틈만 나면 불평을 하고 짜증을  시간이 훨씬 길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없다.

하기야 브루클린에 있는 세탁소의 문을 일곱 시에 열기 위해

매일 새벽 다섯  반이면 집을 출발해야 하니  피곤을 몸에 지니고 살았다.

한창 바쁠 때는 점심 식사를  시간도 없이 일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가게에 모셔둔 십자고상을 바라보며 온갖 푸념을 늘어놓았다.

주님 거기서 그렇게 멀뚱멀뚱 쳐다만 보시지 말고 이리 내려오셔서 

 대신 일좀 하세요제가 대신 십자가에 못박혀 있을 테니----“

이런 식으로  안든 어린 아이  쓰듯 짜증을 쏟아내곤하였다.

그렇게 바쁜 것이 고통이 아니라 물질적인 은총이었음을 

요즘같은 불경기를 겪다보니 이제야 깨닫게되었다.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하나가 지저분하고 냄새가 고약하게 나는 옷들을 보고 만지며냄새를 맡아야 하는 것이다.

가끔씩 그런 경우엔  자신이 마치 쓰레기 더미에 묻힌  같은 비참한 기분이 들곤 했다.

미국에 와서 이렇게 살고 있는  자신이 불쌍하고 한심하게 여겨진 적이 어디   번이었던가.

그러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지도 않을 뿐더러

미국에 와서 그야말로 ‘인생 쫑났다 생각을  적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였음을 고백한다.

그야말로 하루   시간 머무는  일터가 다름 아닌 가시방석인 셈이다.

예수님 못지 않은 십자가가  어깨 위에 지워져 있다고  투덜거리며 지내온 것이다.

그런데 두어  전에 가게 문을 열자 제임스 영감님이 옷을 들고 들어왔다.

오후에 병원에 가야 하니 바지와 셔츠를 오후까지 세탁해줄  있느냐는 것이었다.

제임스 영감님은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어서인지

 옷이 지저분하고 홀아비 특유의 냄새가 나서  께름찍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날도 제임스 영감님이 가게문을 들어서는 순간 조건반사처럼  미간부터 찌뿌려졌다.

 팔자야

그런데 그날따라 옷을 카운터에 내려놓는 제임스 영감님의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손목의 뼈가 탁구공 크기로  불거져 나온 것이다.

평소에 눈에 띄지 않던 영감님의 손목이 하도 이상해서 물어보았더니

척추와 뼈에 이상이 있어서 평생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감님의 선친도 다른 형제들도 같은 병으로 평생을 고생하다 세상을 떴고,

현재 살아있는 형제들도 모두 고통 중에 있다고 했다.

뜻하지 않게  마음에 연민의 감정이 일어나서

영감님의 손목을 감싸주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제임스영감님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전립선비대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날 아침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소변을 보기 위해 삽십여  동안 애를 썼다고 했다.

내가 알지도 들어보지도 못하는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둘이

바로  이웃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어누리고 있는지 깨달을  있었다

래서 먹고 마시고 그리고 배설하는 일을 당연시해왔는데,

제임스 영감님을 통해서 고통 받지 않고 그런 기본적인 일을   있음이 얼마나  축복인 줄을 알게 되었다.

 

제임스 영감님은 그날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고통에 마음으로 함께 해주어서인지 마치 병이  나은 것처럼 기쁜 얼굴로 돌아갔다.

그런데 사실은 영감님보다도 내가  은혜로운 경험을 했다.

마음을 열고 단지  들어주기만 했는데도 영감님이 행복해졌고 덩달아 나도 가슴 뿌듯한 하루를 보낼  있었다.

천당이란 토마스 머튼이 말한 것처럼 자신이라는 감옥에서 빠져나와

하느님과  이웃과 함께 서로 소통할 ,

비로소 안개가 걷히고 세상의 모습이 드러나듯 그렇게 우리에게 열려서 보여지는 상태가 아닐런지--------.

그런 마음으로 살면 정말 내가 있는 곳이

가시방석이 아니라 꽃자리라는  그날 제임스 영감님은 

나에게 천진한 미소로 넌지시 일러주고 갔다.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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