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시인 허용 * 바올로님이 선종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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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서 [phs55] 쪽지 캡슐

2007-05-29 ㅣ No.28286



 

****지난 3월, 본당 게시판에 마지막으로 올렸던 시 <꽃잎들의 속삭임> 입니다.

 

 

 

꽃잎들의 속삭임

                           

                        허 용 (바울로)



 

오랫날 긴 밤을

목 올려 길게 빼고

그대만 기다렸더니

그대는 꽃물로 먼저 풀려

그리움으로 왔습니다


“사는 것이 사랑하는 일”

이라고 하시지만

‘사랑은 그저 물들이고 물드는 것’

이라고

그대 멀리 떠난 뒤

잊는다는 건

이별보다 더 반짝이는

눈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사람들은 밤이면

하늘의 별들만 볼 수 없으니

은하수로 밤새 흐르고

새벽보다 일찍 내려온

별들은 이슬방울을 매달고

이 세상 아침꽃으로 피어 납니다


사람들은 낮이면

파르르 날개 펴는 지상의 꽃들만

바라 볼 일 없느니

밤이 밀려오면

지상의 꽃들은

푸른 꽃초롱 다시 하나씩

가슴에 매달고

젖은 노을보다 일찍 올라가

별떨기로 하늘을 가득 채웁니다


그대

아주 작은 꽃잎으로도

이 세상에 큰 아름다움

활짝 피어 열리게 하시어

꽃피는 아침은

생각만 하여도

서로 따사로이 행복하느니

흔들리며 지는 꽃도

저녁이면 환하게 밝습니다

 

 

****

 

따뜻한 이야기 방에서

우리들에게 가슴 설레임과 아름다움과 기쁨을 주시던

시인 허용 바올로님이

간암과 오랫동안 함께 하시다가

오늘 새벽 2시에 하느님의 팔에 안기셨습니다.

 

요즘 계속 머리에 떠오르는데

내일, 또 내일 하다가

그냥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나 보냈습니다.

마침 오늘 피정이라 연도도 못하고

여러분에게 기도 부탁하려고

지난 3월에 올렸던 시를 가져왔습니다.

 

머리에 떠오를 때

미루지 않고 행동에 옮겨야 하는데

게으름을 탓합니다.

내일 14시에 입관예절이 있습니다.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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