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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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잠옷 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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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빈 [ssk5762] 쪽지 캡슐

2017-11-15 ㅣ No.91080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내가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였다. 신학교 근처에 병원이 있었는데, 신학생들은 병이 나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그곳을 이용했다. 그런데 그 병원을 다녀온 신학생들은 한결같이 한 수녀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 수녀님이 사진전을 연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나는 그 수녀님의 다재다능함에 감탄했다.

어느 날 밤, 평소 친분이 있는 간호사가 면담 요청을 하여 그 병원에 가게 되었다. 그녀는 편견 때문에 병원 간호사 모임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그 일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고 싶으니 병원으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그에 응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녀는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놓은 후, 그 이야기를 확인시켜줄 분으로 자신을 지도해주시는 수녀님을 소개했다. 그분은 소문으로 익히 알고 있던 바로 그 수녀님이었다.

간호사가 나간 후, 수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녀님은 자신이 그 병원에서 활동하기 불과 3년 전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지 물었다.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수녀님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병명은 긴장형 분열증이었다. 의사들은 장상 수녀님들에게 이분은 남은 생을 침대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녀님은 병상에 누운 채, 모든 희망을 잃은 듯 한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런데 수녀님의 정신 이상은 한 가지 특이한 증상을 보였는데 침대보를 모두 벗겨 내고 자신이 입고 있던 환자복마저도 벗어던지는 것이었다.

수녀님을 담당했던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당시 수녀님은 자신을 사람이 아닌 사물로 여겼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옷을 입히지만, 물건에는 옷을 입히지 않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나이 지긋한 도우미 아주머니가 밝은 분홍색 실크 잠옷 한 벌을 들고 수녀님의 입원실에 들렀다. 그녀는 어머니가 딸을 타이르듯, 다정한 목소리로 수녀님에게 말했다.

이걸 입으면 아주 예쁠 거예요.”

그 수녀님은 그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분이 두 손으로 제 뺨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 순간, 저는 정신분열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입니다. 저는 제 뺨을 어루만지던 그분의 손을 꼭 잡고 얼굴을 더 가까이 밀착시켰습니다. 그 순간, 정말로 사랑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것과 성 아우구스티노가 말했듯이 우리는 진정 다른 사람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로 수녀님은 그것을 자기 인생의 화두로 삼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활함으로써 훌륭한 분이 되셨다.

사랑이신 하느님의 발치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랑이다.

  

 

 

- 내 영혼을 울린 이야기 / 존 포웰 / 가톨릭출판사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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