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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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이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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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johnnara] 쪽지 캡슐

2014-07-30 ㅣ No.82538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집사람 안나는 내가 좀 무료해 보이면 "해인이가 있잖아..." 하면서 손녀 얘길 꺼낼 때가 더러 있다. 그럴 때마다, "그래, 뭔데?" 하고 쭉 관심을 보였는데, 그날은 우리가 이사 간 애들 집에 들러 거기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드리고 점심을 먹고 온 게 엊그젠데 그새 무슨 얘깃거리가 있으랴 싶어 멀뚱히 쳐다보자 들어나 보라는 듯 손을 저었다.

뜬금없이 전화를 해서는 "할머니! 접때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저흴 만나면 천원씩 용돈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왜 주일날은 안 주고 그냥 가셨어요?" 하길래 아차 싶어 "아하, 깜빡했네! 참, 할아버지가 안 주시던?" 하고 돌라대자 "아~뇨! 다음엔 두 배로 주셔야 돼요. 선생님이 용돈 모아 저축해서 좋은 일에 쓰라고 하셨단 말예요. 그러실 거죠?" 그래서 "그럼, 그러고 말고! 혹시 할머니가 또 잊어버리더라도 우리 글라라가 꼭 얘기해 주렴!" 하였더니 그제서야 끊더란다.

일전에 집에 와서는 안방 화장대에서 그 앙증맞은 발톱마다 매니큐어를 곱게도 바르더란다. "웬 일학년짜리가 벌써 그러냐..." 하더니, 전학 갈 때 남자 짝꿍이 선물했다는 잠금장치가 있는 다이어리를 보여 주며 바로바로 잠가서 도대체 뭘 써 놓고 그러는지 슬쩍 들여다봤더니, 그때까진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는데도 그러더라는 둥 올망졸망 손녀 얘기를 줄줄이 이어 갔다.  

가끔은 내게도 문자로 "모 해요?" 하는 우리 부부의 마스코트 해인 공주가 있어서 우린 행복하다. 집사람의 "해인이가 있잖아..."가 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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