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엄마, 내 신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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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mic2885] 쪽지 캡슐

2015-12-26 ㅣ No.86611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엄마, 내 신발은?

 


일곱 살 때쯤 일일 것입니다.
어머니는 막내인 저를 유난히 저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 시장에서 예쁜 운동화를 한 켤레 사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운동화를 신겨주시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껴 신으렴"

그러나 전 엄청난 개구쟁이였기에
아무리 튼튼한 신발이라도 금발 닳아 구멍이 나버리곤 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아껴 신으란 말씀을
처음 하시며 사준 신발이기에 나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긴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 가구점을 친구들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가구점 앞에는 오래된 책상과 의자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호기심 많고 개구쟁이인 저와 친구들이
그걸 보고 그냥 지나칠 리 없었겠죠.

우리는 의자 하나, 책상 하나 밟으며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와르르 쿵"

의자와 책상 더미가 우리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고,
저는 그대로 땅바닥에 뒤통수부터 떨어져
순간 피투성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 그 와중에도 아픈 것보다 더 머릿속에 맴도는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내 신발.. 내 신발"

뒤로 넘어지면서 운동화 한 짝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아껴 신으렴, 아껴 신으렴.."
어린 마음에 아픈 것도 잊을 정도로
혼이 날까 봐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달려 나오신 어머니는
피투성이가 된 제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셨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안고 병원으로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가셨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 잠시 정신을 잃었던 제가
병원에서 깨어나 어머니를 찾자
어머니께서는 저를 꼭 안아주셨습니다.

그 와중에도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내 신발은?"
"걱정하지 마! 엄마가 찾아 놓았어."

어머니는 제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한다며 몇 번을 말씀하셨습니다.

제 뒷머리에는 아직도 그때 생긴 흉터 자국이 있습니다.
이 흉터는 어머니에게 진 사랑의 빚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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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없이 크게만 느껴졌던 어머니.
그 시절 어머니만큼 무서운 존재가 또 있었을까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크게 혼낸 것도 몇 번 안 되고,
또 정말 화가 끝까지 나서 혼낸 적도 몇 번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어머니의 존재감이 너무 커,
그 사랑의 크기만큼 어머니가
가장 엄한 존재가 된 것뿐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어깨가 좁아지고
등이 굽어 키가 작아져 어릴 적처럼 한없이 커 보이지 않는다고요?
그건 자식이 컸기 때문이란 걸 잊지 마세요.
어머니는 언제나 변함없이 처음부터 그대로였고,
변한 건 자식일 뿐입니다.


# 오늘의 명언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라.
- 벤저민 프랭클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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