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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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8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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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eunsera] 쪽지 캡슐

1998-10-09 ㅣ No.63

좀 지난 영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작년에 개봉했던 것 같은데, 점점 메말라가는 세상에 보는 시각을 바꿔줄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어서...

 

일에 쫓겨 바삐 살아가면서 그것이 가장 보람된 삶이라고 느끼다가 어느 순간 허망함을 느낄때,

주위의 돌틈사이로 피어나는 들풀이나 꽃들이 어떻게 피었는지도 모를정도로 따이 뚫어져라 쳐다보며 살아가고 있다가 문득 충혈된 눈에 푸르디 푸른 하늘이 들어왔을때 비로소 주위를 돌아보며 무엇때문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되새겨 보지는 않으신지요.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나의 이웃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함을 잊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추석이 지난 즈음에 뇌리를 스치네요. 항상 이맘때면 의례적으로 장애인들을 찾고 외로운 사람들을 찾고(저는 그렇게도 못하지만) 그러면서 그들을 동정하고 베푼다는 자신의 이기심에 배가 불러 뿌듯해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불현듯 지금 우리는 신체적이 장애가 아닌 정신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함?!

 

그리고 추석이었잖아요. 아마 예전보단 더욱 쓸쓸했을 이웃을 떠올리면서 영화이야기에 글을 올립니다.

 

 

이 글은 디다케 10월호에 이재웅 평화방송 TV국 PD가 올린 글을 발췌했습니다.

 

"<제8요일(Le Huitieme Jour)은 <토토로의 천국>으로 알려진 벨기에 출신 감독 '자코 반 도마엘'이 만든 영화이다.

서로 다른 처지의 두 남자가 만나 나누는 우정과 사랑을 그린 <제8요일>의 두 주인공은 96년 칸느 영화제에서 바로 이영화로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한 '다니엘 오테이유'와 '파스칼 뒤켄느'. 더욱이 '파스칼 뒤켄느'는 실제 다운증후군 환자로 주인공을 맡아 열연했다.

 

도마엘 감독은 영화 곳곳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일상에 지쳐 있는 하리. 그는 늘 정해진 시간 아침 7시 30분에 라디오 소리에 깨어나 빵 두 쪽으로 아침을 떼운 뒤 쓰레기를 치우는 차 때문에 꽉 막혀 있는 거리로 차를 몰고 나선다. 영화는 이 장면이 반복되면서 하리가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준다.

늘 어머니의 환상과 같이 하는 조지. 조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현실에서처럼 조지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눈다. 현실에선 그 누구도 죽은 어머니만큼 조지를 이해하고 따스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뜻일까? 조지의 환상은 또 있다. 조지와 하리가 차를 타고 달리는 도중에 가끔 멕시코 전통 복장을 입은 가수가 자동차 본네트 위에 모로 누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자동차 위의 그 멕시코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조지가 어머니와 함께 언젠가는 가고 싶어하는 이상향이다.

또 하나. 서먹서먹했던 조지와 하리가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는 장면이 있다. 하리와 조지가 큰 나무 밑에 팔 베개가 하고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하리는 '딱 1분만 더 누워 있자'고 말하고 카메라는 허공에서 두 사람을 내려다본다. 1분 동안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의 표정을 천천히 하강하면서 보여주는 카메라. 그리고 1분 뒤,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는 정겹게 잡아낸다. 편견을 가지고 조지를 지켜보던 하리의 태도가 바뀌는 순간이다.

한편, 영화는 얼마나 많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겉모습만 보고 편견을 갖는지 여러 번 보여준다. 커피숍에서, 상점에서, 술집에서, 비장애인들은 조지의 겉모습만 보고 그를 따돌린다. 그럴 때마다 조지는 좌절하고 하리는 일반인들의 가식적인 태도에 분노하며 조지와 하나가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처럼 이 영화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회 곳곳에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또 자앵인은 비장애인들과 다른 사람이 아니며 결국엔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실도 일러준다. 화면에 보이는 조지와 친구들의 겉모습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사랑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와 함께 그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이야기해준다.

오히려 영화에서 조지와 친구들이 하리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평소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사고 속에 살고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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