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설레임 / 2011 명동성당 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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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 [tjfgnl8801] 쪽지 캡슐

2011-12-06 ㅣ No.67247






설레임 / 백순이 헤레나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목욕을 하고 보랏빛 옷을 입고
대림환을 벽에 걸고
꽃꽂이를 하고 대림초에 불을 켜고
머리 숙여 조아리고 앉았습니다
당신을 맞이하는 이 모든 준비를 하는 동안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기다림이란 이런 것인가요?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설레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성호를 긋고
눈을 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제 마음 안에 있는 어두운 영을 씻어내기 위해
감사와 참회의 기도를 드립니다
곱고 고운 모습으로 오실 당신을
정갈한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 테니까요
그런데 어쩌지요?
하루 이틀 기도로는 다 씻어낼 수 없는 이 죄인
이 작은 가슴 안에 쌓인 죄는 왜 이렇게도 깊고도 넓은지요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요?
사랑하는 이를 순백의 마음으로 맞이하고픈 설레임






집안에 외등은 꼭 하나 켜 두어야겠습니다
어두우면 행여 되돌아가실까봐
행여 예정보다 일찍 오셔서 문을 두드리시지는 않을지
어젯밤엔 몇 번이나 자다 깨었습니다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요?
잠 못이루며 기다리는 설레임





옛날에 그 옛날에는
당신을 말구유에서 맞이하였지만
깨끗한 이불 찬 채라도 마련해야겠습니다
이제는 당신을 외롭게 하지 않아야 할 테니까요
저에게 오시는 당신을 진실로 진실로 반겨야 하겠지요





어디만큼 오셨나요?
기차를 타고 오시나요, 걸어서 오시나요?
세수대야에 따뜻한 물도 준비해야겠군요
들리시나요? 콩당콩당 뛰는 이 심장소리를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설레이는 이 마음 보이시나요?






그대여, 어서 오소서
깊은 잠 들지 않고 기다리겠나이다
오실 때는
평화와 희망의 선물을 가득 안고 오소서
온 누리가 평화와 희망으로 넘치도록 가득 안고 오소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맞이하겠나이다
사랑하는 이여, 설레임으로 당신을 기다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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