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본향을 향하여 ♬ ~~ 15 ( 수원교구 단내성가정성지 1차/2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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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남 [agnes536] 쪽지 캡슐

2022-11-16 ㅣ No.10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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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22....첫 번째 순례길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리노할배요 내 빨리 차에가서 우산갖고 올테니 혼자서

십자가길 가고 있어라요"~~

갑자기 오락가락 하던 비가 바람까지 몰아쳐대어 냅다 차로 뛰어 가는데

금방 또 비가 살살 그쳐가는 것같아 또다시 냅다 돌아서 기도처로 달려오르며

"에구~ 아부지. 많이 죄송합니더~"

 

주님 통고 조금이나마 함께 하여 은총의 소낙비 얻어 받으려

먼길 달려와선 하는 모양새가 찔끔거려대는 비바람도 못 견뎌내어

자동차로 기도처로 왔다갔다 달음질 쳐대던 모습이 쪼매 송구스러워

가슴을 쳐대며 주님을 서운케 했음을 고백하나이다. ...

통통통!

 

아침 일찍이 서둘러 달려간 이천 호법면에 자리한 단내 성가정 성지는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산자락 아래 다소곳이 누워있었다.

요셉성인, 성모님, 아기예수님의 동상을 바라보면서 왜 나는

그옛날 요셉성인이 마리아와 예수님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는

장면이 연상되는 뜬금없는 마음이 들었던 건지 아리송했다.

 

한없이 푸근하고 듬직한 요셉성인의 가슴에 안긴 아기예수님과 마리아의

세 가족은 멀고먼 피난 길을 .. 헤로대를 피해 ...밤길도 마다않고 걷고 또 걸었을 테지.

 

정은 바오로와 네분의 묘가 누워있는 단내 성가정 성지는

박해를 피해 산속 바위굴 여기저기에 숨어 살던 일가족들이 모두 순교의 피를

흘리며 쓰러져간 거룩하고 고귀한 땅이라

가족모두의 신앙의 증거를 거울삼아 성가정 성지로 명명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십자가의길부터 시작하여 미사봉헌~ 한시간 40여분..

5.2킬로의 완주순례길을 2시간 30분동안 산을 걸어 오르내렸다...

성모님의 도움이신 검은돌 바위 앞에서 두손모아 기도하고....

다음은 몇굽이 산을 돌아돌아 좁고 컴컴한 굴바위란 곳에 다다랐다.

아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이 극한상황의 두렵고 어두운 밤들을 어찌 견뎌냈을까 싶은

안타깝고 짜안한 마음되어 묵상하며

태산같은 믿음의 선조들께 깊은 경이의 인사도 드려보았다.

 

또 한참을 돌아 내려오다 언덕꼭대기에 서 계신 예수성심상을 만났다.

천진암서 만났던 평화의 성모상 만큼이나 웅대하고 절대적인 예수성심상 앞에

고개숙여 기도하며

"예수님! 오늘 순례길 중에 만난 최고의 은총이옵니다." 를 연발하는

리노할배가 얼마나 우습고 재미졌는지 모른다.

 

젊은이도 완주길(성가정동산~검은바위~굴바위~예수성심상)을 오르다

아서라~ 하고 중간길을 택하여

순례하였다는 와룡산 기슭을 아직도 노장은 죽지않았다?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같은 캐릭터라도 흉내내듯...구불진 길을 더듬어

걷고 또 걸어보는 리노네 할배할매는 머리에 꽃만 안꽂은 착각속

젊은이들인냥 사람들 눈에 비쳤을 래나? ㅋㅋ.

 

믿음의 선조들을 묵상하고, 자연을 힐링하며

호젓하게 돌아왔던 성가정 성지엔 내일도 모레도

세모지고, 네모지고 , 뾰족하고, 울퉁불퉁한 여러모양의 사람들이

예수,마리아.요셉을 닮은 사랑과 인내의 성가정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는 순례객들의 발걸음 끊이지 않으리라 ....

감히 장담해본다....

 

그리고...

그날... 그시간들 돌아오며...

리노네 할배. 할매..

두손 가득 반짝 반짝... 하늘나라 보석 한움큼 움켜쥐고 왔더랬지....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2022.10.29....두 번째 순례길


토요일 새벽4시40분 오늘도 캄캄한 어둠속길을 열어가며 작년에 다녀왔던

이천 호법면에 있는 단내 성가정성지를 향해 달려간다.

어젯밤도 몇번을 자다깨다 설친잠을 자고일어났다며 함께 따라나선 두 형님들의

천진스런 배짱한번 웃어주는 차안은 따스한 성령의 기운이 넘쳐난다....

 

쭉쭉 미끄러져 거침없이 달려간 성지주차장은 아직도 채 어둠이 가시지않아

희뿌연 산자락을 타고 오르기에는 쫌은 무리다싶어 차안에서 함께 아침김밥을

먹으며 몇시간의 체력을 보강해 준다.

 

6시4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을 확인하며 오늘일정의 첫단추를 열어간다.

산세가 워낙 경사가 심한 곳이라 성전도, 십자가의 길도 90도로 허리를 굽혀가며

올라야하는 높은 곳에 자리해 있어 온 몸뚱아리들이 새벽댓바람부터 아우성이다.

"사람살려~ 다리살려. 허리살려..~"^^



11시 미사를 참례하려면 앞으로 남은 3시간여 동안을 부지런히 돌아야 한다.

십자가의 길을 걷고.... 오른쪽 기슭산에 계신 검은바위 성모님도 알현해야 되고

왼쪽 산기슭 외진곳에 숨겨진보물 굴바위도 찾아가야 되며.,...

또 내려오는 길 등대처럼 높은 천국계단 올라 가면 거기 어마어마한 몸집의

예수님께 강복도 받아야 끝이나는 산길순례길을 작년 기억속의 아름으로 더듬어

가야된다.

 

성가족분들 앞에서 인사드리고 오늘도 모두의 안녕을 빌어대며 촛불 열한개

밝혀 뿌여스런 새벽을 밝혀본다.

예수 마리아 요셉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성가정 정원을 지나 위쪽언덕에 꾸며진 넓다란 잔디가 있는 순교성인광장에  

우리함께 천국가자! 힘내자며 손번쩍 들고계신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가 우리를 반기신다.

"이 새벽 댓바람부터 우찌된 일이고? ....^^



제일 꼭대기 돌아가는 산길 삥 둘러 주님 십자가의 길이 펼쳐진다

숨이가쁘도록 올라와서인지.... 고통에 겨운 우리주님 첫번째 넘어지시고.

두번째 넘어지시도록... 기억도 못하고 그저 우리 숨차서 죽을 것만 걱정되어 후~하 거리고 있으니..ㅊㅊ

게다가 오늘도 역시나 휘뿌연 어둠속에서도 도토리 줍기에 눈에 불켜는 도당들은

관광인지...? 순례인지?... 정체가 아리까리 하다^^



작년의 기억을 더듬어 주차장 오른쪽 나무계단을 한참을 오르다보면 검은 바위돌앞에 계신

성모님을 만나리라... 당연히!

그런데 어째 오늘새벽길은 이상타~~!! 기억속 넓고 길었던 산길은 오데로가고...갸웃갸웃^^

깎아지른 절벽이라도 오르는 듯한 이길은 뜬금없이 오데서 온건데 가도가도 끝이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따라 올라부치는 두 형님들은 오늘 아침도 순명의 천사인냥

고통의 절벽숲길을 숨가쁘게 오른다. (뭐야? 북한산 정상이라도 오르는겨?~! )



"반석아부지~ 우찌된 건고 모르겠네요... 안내표지판도 없고 오데로 가라꼬 이카는지 미치겠네...참!

행님요. 꼭대기까지 올라도 성모님 안보이믄 기냥 무조건 왼쪽길로만 가믄 될끼라요.

성전본부가 왼쪽 중간에 있으니까요. 휴~" 앞서가는 길잡이 율리아나께 당부한다.

 

오늘도 우리 율리아나 형님의 부지런한 발은 일당백을 해대며 오히려 길잡이가 되어

우리를 이끌어댄다.ㅋㅋ

저만치서 앞서가던 율리아나 형님이 반색의 소리로 산아래 우리를 불러댄다.

"아녜스~ 여기 검은바위 표시가 저 아래로 표시되어 있네"

"세상에~ 돌아돌아 비스듬히 오르는길을 직빵코스로 앞질러 왔나보네. "

할수없이 왔던길 옆으로 다시 내려가는 마음은 원통절통 아까이 흘려보낸 시간을

억울해 하지만서도.... 가야지! 덧없는 인생길의 한자락 또 깨우치며 내리막길 내딛는다.

 

생각보다 멀리있지 않은 검은바위 앞 성모님이 고생했다며 우리를 맞으신다.

"아이코~ 성모님! 못보고 갈뻔 했습니더. 그동안 잘 계셨지예?"



인사드리고 굴 옆 작은 입구로 들여다 보니 사람 한두명 간신히 박혀있을 공간이 보인다.

"아니~ 여기서 우째 한가족이 숨어 있을을꼬?. 말도안돼..."

박해의 칼날속에 머리만 디밀고라도 살아낼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했을 그날의 순교선조의

믿음은 얼마만큼 일까?.... 도대체.!!



아직도 두시간은 거뜬히 남은 여유를 안도하며 어머니께 작별을 고하고 또 다시 오르는

산길이 조금은 걱정스럽기 까지 하다.

그것도 어디에 있는지 대충만 머리속에 있는 굴바위 속 또 한가족의 생사여탈의 장소를

찾아가는게....

 

"행님요~ 인자는 무조건 왼쪽 산기슭길을 타고 걸어올라가는 기라요. "

몇년전 부터 무릎이 시큰거려 연골주사를 몇번 맞았다는 빠리빠리한 성격을

가진 형님의 두 다리는 오늘도 한몫을 다하며 믿음길 찾아가는 데 주저하지않고

무조건 달음질 쳐 오른다.^^



꼭대기 정상길에 서서보니 왼쪽으로 가면 굴바위-오른쪽은 검은바위 안내가 나온다.

굴바위표지만 믿고 무조건 왼편 산길을 오르고 내리고 한참을 가도 도대체 목적지가

안보이는데 벌써 또 아래 평평한 땅까지 내려와 버렸다.

"와 이카노 오늘 아침.... 작년에 봤던 굴바위는 산 중턱쯤 커다란 바위 귀퉁이로

가족세명이 숨어있었다던 장소가 있었는데... 또 얼토당토않은 데로 왔네" 


할수없제... 기냥 성당찾아 인자는 오른쪽으로만 무조건 가보자며 또 올라가는데

넓다란 공터길 나무아래 쏟아져 드러누운 빛나는 도토리들의 광장이 모두의

눈을 어지럽힌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 제일먼저 달겨드는 마리아형은

이아침 도토리 귀신이 따로없을 지경.... 오로지 주워대는 재미의 유혹은 고생의 산길을

한참을 지나왔어도 결코 뿌려쳐지지 않는 황금에 ? 눈이 먼 우리들의 삶의 적나라한

모습과 같으다.ㅎㅎㅎㅎㅎ



결국은 다 쓸어담고야 몸뚱이들을 일으키며 갈길을 염려하는 중생들의 어리석음이여!

누구탓하랴! 내탓이요! 내탓이요! 오로지 내탓이로서이다~~^^

 

또 한시간을 흘려보내고 성전이 있는 쪽만 가늠하고 오르고, 내리고. 한참을 해도

지붕 꼭대기 한자락도 보이지 않는 저 아래길을 도저히 찾을길 없어 아래평지로 내려가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도 모를 길을 또 헤메다 결국은 지나가는 차한대를 붙들고

"아저씨~ 저어기 단내성지를 어느쪽으로 가야되는교?..."

"뒤쪽으로 한참을 가면 왼쪽에 있답니다."



ㅋㅋㅋ

리노할배의 승리의 미소를 흘겨보며 오늘아침 여엉~ 체면 구겨버리는

리노할매의 완패는 무안의 꼬리를 내리게 하며 기죽어 왔던길 돌아가는데

율리아나 형

"아녜스~ 그럴때는 성모님 머리한번 탁 ! 때려주며 집안지키고 뭐했어요?ㅋㅋ

해야 되는기라.."

"???~~~~"

"옛날에 어떤 사람이 집안에 성모님께 집좀 보고있으라 캐놓고 오데 나갔다 오니

도둑이 들어 눈에보이는 것 다 훔쳐 가고 없어서 성이 나서 성모님 머리 한대

콕 쥐어박으며 '집잘 지키고 있으라 캤는데... 씨~' (성모님이 자기 씨어머닌양 착각?")

 

나중에 뒤에 광을 열어보니 잃었다던 귀한 것들이 거기 들앉아 있었던게

지가 잘 숨겨두고 가놓고 기억을 못했던 건데.. 미안죄송해서 성모님께 와서

'미안습니더 어무이~' 빌었다 카더라 "

우하하하~~히히~!

아직도 무슨이야기하는지 이해가 아리까리한 리노할배를 빼놓고 우리는 배꼽을

잡고 이 아침 부지런한 발걸음 옮겨간다.



디어 또다시 허리구부리고 찾아 올라온 성전앞 시계는 미사시간 4-50분 여유가 있다.

오늘의 마지막 순례지 꼭대기의 예수성심상을 향하여 또 기어오른다.

새벽댓바람부터 이제껏 몇시간의 보상을 예수님께 올라가 엎드려 꼭 축복의 안수

라도 받고 말리라....^^


 

이 역시 율리아나형이 리노할매가 차례로 올라 앉아 한참을 기다려도 머리꼭지도 보이지않는

리노할배와 마리아형의 체력이 바닥이 나버린게 분명해 하며 새벽차안에서 아침밥을

새모이 만큼밖에 먹지않았던 흉을 보고서야 저만큼 기진해 오른 두사람의 모습이다.

결코 주인공은 아닌 모습의 얼굴들....



어마어마하게 크고 넓은 가슴으로 발아래 메뚜기같은 네사람을 안아 다독여 주시는

우리 주님께 두손 모았다가 누가먼저랄 것도 풀어제치는 가방속 음식꾸러미에는

식어버린 통닭 시체조각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일등급 김이모락모락 나는 바베큐의

모습으로 우리모두의 손을 쟁탈전을 벌이게 한다. 


저 아래 차안에선.... 뻣뻣하고 식어서 낭중에 먹자고 미뤘다가 행여나 해서 넣어온

비짜마른 통닭 쪼가리들이 일등급 호텔의 요리뺨 칠만큼이나 변화된 그림앞에서

저 옛날 12광주리의 넉넉함의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난 것이다.

보잘것 없고, 가장 모자람 속에서 주님의 영광은 빛나리라~란 한 깨달음을 또 배운다.

 

내려오는 길에 저만치 사제관에서 미사집전을 위해 오르던 사제를 만나 인사드리며

고양시 일산근처 관산동 성당에서 새벽6시반부터 산을 오르며 순례하다 결국은 길을잃어

굴바위를 찾아 헤메다 겨우 미사에 맞춰 도착했다고 인사속에 포함시켜 자랑?스레 말씀

드렸더니..

 

참 재미있고 유쾌한 신부님은 미사강론중에 참례한 모든 사람들의 소속 성당들을 일일이

관심가지고 물어주시더니 ... 일산에서 오신분들 손들어보라시더라.ㅋㅋ

앞줄에 앉은 마리아 형이 번쩍 손을 들어 으쓱? 감사하자..

 

"이분들은 오늘 새벽부터 산을 순례하고 내려왔다는데 혹시 어제 왔나요?''

 

여기저기 왁~하고 웃음바다가 되어버리는 화기애애함 속에서 사제는 반가움의 인사를

감사로이 하시며 미사끝나고 못가본 굴바위를 당신이 기어코 안내할테니 가자시며

올라가는 시간 40분. 내려오는 시간 또 40분 왕복 80분이면 되는데 새벽부터 기른 체력과

오기로 포기하지 말고 함께 오르자시더라~



고 시원한 공기와 영혼을 쓰다듬는 숲들과 여유로운 침묵의 시간들만이 당신의 줄수있는

선물이라며 미사에 참례한 모든이를 넉넉하고 유쾌하게 해주던 사제의 영혼또한

싱그러움으로 낙엽의 계절속에서도 고향을 그리는 참 행복의 사람이리라...~ 또 감사한다.

 

미사가 끝나고 나오는데 함께 굴바위갈수있냐고 물어오는 사제에게

"신부님~ 오늘 2번째로 순례왔는데 내년에 와서는 꼭 함께 오르시자고 했더니

내년에는 당신이 여기 없을 거라며 서운해하지 마라고 유쾌한 농담으로 작별을 고한다.



11시 58분에 끝난 미사와 함께 20~30분 거리에 있는 어농성지를 향해 또 출발을

부지런히 서두른다.

단내 성가정 성지의 가족들 예수 마리아 요셉이여~!

우리를 위해 빌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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