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1일 (일)
(녹)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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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11.48.97.*]

2009-04-18 ㅣ No.7984

 
 
기억도 없는 아기때 유아세례를 받고 유치원다닐때부터 20대 중반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을 성당에 다녔습니다.
 
말 그대로, 신앙인 이라는 느낌 보다는 성당을 그저 다녔다고 보면 될꺼에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때문에
 
성당을 다니며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난 아닌가보다 싶었고, 이 길이 진리일까 자꾸 의문이 들었고
 
실은 껍데기뿐이면서 사람들 앞에서 깊은 신앙인인척 하는것도 자괴감 들고
 
그런 고민과 방황 끝에 결국 성당에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또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네요.
 
그 사이에.. 한 2년정도 절에도 다녔어요. 처음 접하는 종교문화에 심취해서 한동안
 
열심히 경전공부도 하고, 기도도 하고 그랬는데..  태생이 크리스찬인 제게
 
어쩔 수 없는 이질감이 있어서인지 그 또한 흐지부지 되고...
 
결혼하고, 시어머님이 독실한 개신교 신자셔서 어머님 따라 교회도 한동안
 
열심히 나갔더랬죠. 같은 하느님이시니까, 형식의 차이는 좀 있겠지만...
 
그런데... 그 또한 흐지부지... 마음이 없는건 아니거든요.
 
혼자 집에서 성경도 읽고, 형식도 없는 기도도 하고, 늘 마음속에는
 
주님과 나 사이에 무언가 단단한 끈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저의 신앙생활이... 저도 괴롭습니다...
 
얼마전...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모습을 TV로 보면서 정말 한참을 울었습니다.
 
왜 우냐고 묻는 남편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었어요..
 
저도... 이유를 잘 알 수 없었으니까요.  그냥 슬프다고 하기에는 부족했죠.
 
다시 성당에 가볼까 하는 마음도 몇번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많이 돌아왔는지, 선뜻 발걸음이 떼이지 않네요.
 
다시 돌아가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또 다시 멈춰버립니다.
 
신앙은, 믿음은... 가슴으로 해야하는건데... 항상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
 
고쳐지지 않는 저의 고질병 때문인데...
 
마음의 중심축이 되어줄 절대적인 존재가 필요한 나약한 저 이면서도
 
온전히 마음을 다 열어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이중적인 스스로 때문에
 
여전히... 캄캄하고 답답한 길 잃은 양이 몇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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