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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더불어(Together), 희망의 여정 “희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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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5.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60,1-6 에페3,2.3ㄴ.5-6 마태2,1-12
더불어(Together), 희망의 여정 “희망의 순례자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대축일 미사중 해마다 반복되는 방금 부른 대축일 화답송 후렴은 늘 불러도 흥겹습니다. 오늘 끊임없는 화살기도로 바치고 싶습니다.
“하느님 만백성이 당신께 조배하리이다.”(시편72,11) 더불어 교황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거룩함은 기쁘다. 사람을 끌어 들인다. 그것은 발견하기 쉽지 않을 지라도 영적기쁨이다. ‘거룩함은 영적기쁨이다(Holiness is a spiritual joy)’.”
이런 화답송 후렴 노래가 영적기쁨을 더하고 우리를 거룩하게 하며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듭니다. 결코 우울이나 슬픔은 영적 징표가 아닙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의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공현 대축일 해마다 반복되는 마태복음, “동방박사들의 방문” 일화를 대할 때 마다 11년전 2014년 안식년때 산티아고 순례 여정이 생각납니다. 오늘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예수님을 방문한 동방박사들의 순례 여정과 흡사하다는 생각에 해마다 강론도 비슷했고 오늘도 역시 같은 내용을 나눕니다. 2014년 순례 첫날, 8월21일자 파리에서 쓴 강론 서두 부분입니다.
“세분의 동방박사가 탄생한 주님을 방문했듯이 이냐시오, 프란치스코 형제와 저 셋이 희망의 순례자가 되어 산티아고의 주님을 찾아 동방의 한국을 떠났습니다.”
동방박사들의 베들레헴 방문 여정, 순례자들의 산티아고 방문 여정은 그대로 우리 인생 순례 여정을 압축, 상징합니다. 여정의 최종 목적지인 베들레헴이나 산티아고 대신 우리 인생 여정의 최종 목적지는 하느님의 집이요, 저는 이를 일컬어 주님의 집으로의 “귀가의 여정”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의 집"을 향한 순례 여정중에 있는 희망의 순례자들입니다. 주님은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또 하나의 예루살렘인 우리의 용기를 북돋웁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발광체인 주님을 비추는 반사체 주님의 별로, 희망의 별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종파를 초월하여 모든 인류에게 열려 있는 구원의 순례 여정을 상징하는 말씀입니다. “바다의 보화가 너에게로 흘러들고, 민족들의 재물이 너에게로 들어온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은 바로 탄생하신 주님이 세상 모두의 중심, 구원의 중심임을 상징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나는 계시를 통하여 그 신비를 알았습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갈망하는 구원의 하느님이요, 모두가 당신을 찾는 구원의 순례 여정에 오르라는 주님의 촉구 말씀입니다. 산티아고 희망의 순례 여정중 발견한 “인생 순례 여정”중 네 요소입니다.
첫째, 최종 목적지는 희망의 하느님입니다. 동방박사들의 베들레헴이, 산티아고 순례자들의 산티아고 대성전이 상징하는 바, 우리 인생의 최종목적지인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갈망이, 열망이 얼마나 본질적인지 깨닫습니다. 베들레헴의 탄생하신 예수님을 찾아 떠난 동방박사들이야 말로 갈망의 사람, 열망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로 주님을 찾는 갈망이 순례 여정의 원동력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과연 나는 동방박사들처럼 인생 궁극의 목표인 하느님을 찾는 갈망이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둘째, 희망의 이정표입니다. 산티아고 800km 2000리 순례 여정 길에는 산티아고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그려진 이정표들이 즐비합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박사들의 이정표는 “주님의 별”입니다. 주님의 별의 인도 따라 최정 목적지 베들레헴에 도착하여 탄생하신 주님을 만난 세 동방박사들입니다. 그 험난한 여정을 한결같이 인내하며 주님의 별을 바라보며 따라감으로 마침내 최종목적지 예수님이 탄생한 베들레헴에 도착한 동방박사들이었습니다.
주님의 별! 누구나 자명하게 드러나는 확고불변의 객관적 실재가 아닙니다. 참으로 주님을 찾는 갈망에 깨어있는, 눈이 열린이들에게만 계시되는 주님의 별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중 주님의 별을 발견하여 순례 여정에 오른 이들은 이방의 동방박사들뿐이었습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지척에 태어난 주님도 알아보지 못한 예루살렘 사람들이었습니다. 과연 여러분의 평생 이정표와도 같은 주님의 별은 무엇인지요?
믿음의 눈만 열리면 모두가 하느님의 성사(聖事)요, 주님의 별, 희망의 별입니다. 늘 거기 그 자리의 이 거룩한 성전이, 예수님의 십자가가, 또 날마다 거행하는 이 거룩한 매일미사가 주님께 인도하는 주님의 별이 될 수 있습니다. 거룩한 이웃도 주님의 별이, 희망의 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깨어 있는 이들의 마음 하늘에는 무수한 주님의 별들의 이정표가 있어 주님께로 인도합니다.
셋째, 희망의 도반들과 더불어의 여정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혼자서는 오래 멀리 못갑니다. 너무 위험하고 위태합니다. 더불어의 도반이, 더불어의 공동체가 필수입니다. 때로 혼자일 수 있어도 더불어의 공동체 안에서의 순례 여정입니다. 지금까지 살아 온 순례 여정이 이를 입증합니다. 얼마나 많은 이웃들이 때때로 함께 해 주었는지요! 정말 하느님의 선물같은 상호보완의 공동체 도반들입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박사들은 셋입니다. 전설같이 들려오는 가스팔, 멜키올, 발타살 셋입니다. 혼자였다면 분명 도중하차 했을 것입니다.
도반들과 더불어의 여정, 더불어의 믿음, 더불어의 희망, 더불어의 사랑, 더불어의 기쁨입니다. 과연 여러분의 도반들은 있습니까? 여기 수도형제들은 모두가 순례 여정중의 도반들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믿는 이들의 자랑은 영원한 도반, 파스카의 예수님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형제 도반들과 함께 하는 희망의 순례여정! 바로 우리의 자랑이자 기쁨입니다. 저절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넷째,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기도와 함께 성장하는 믿음, 희망, 사랑입니다. 동방박사들 제 추측에는 기도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기도하는 인간, 바로 인간의 정의입니다. 마음 깊이에서는 누구나 하느님을 찾는 수도자요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한결같은,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가 활력의 원천이 됩니다. 기도할 때 깨어있게 되고 주님을 만납니다. 기도할 때 눈이 열려 희망의 목적지도, 희망의 이정표도, 희망의 도반들도 새롭게 확인합니다. 기도없이 희망의 순례 여정은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함께 하는 공동체의 미사전례은총보다 순례 여정에 더 큰 도움은 없습니다.
제가 참 많이 강조하는 것이 삶의 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또 일년사계로 압축하여 어느 시점에 있는지 압축해 보자는 것입니다. 아침6시 해가 뜨면서 태어났다가 오후 6시 해가 지며 세상을 떠난다 했을 때, 또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마치는 인생 여정이라 할 때, 과연 어느 시점에 위치해 있는가 자주 점검 확인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래야 하느님 주신 선물 인생, 낭비함이 없이, 하루하루 거품이나 환상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 동방박사들은 주님의 별의 인도 따라 무사히 베들레헴에 도착하여 아기 예수님께 엎드려 경배하고 보물 상자를 열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바칩니다. 우리도 이 거룩한 미사중 아기 예수님께 우리의 모두를 봉헌하도록 합시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남은 순례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도록 도와주십니다.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