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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3주간 금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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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3주간 금요일] 마태 9,9-13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여러 복음말씀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께서 힘 없고 가난한 이들, 병들고 약한 이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시며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통해 왜 그들과 함께 계시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지요.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부족하고 약하여 죄를 지은 이들에게는 당신이 필요하기에, 그들이 당신을 너무나도 필요로 하기에 그들과 함께 계신다는 겁니다. 그러면 대사제나 율법학자 같은 유다 사회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그들도 예수님을 필요로 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예수님이어서 필요로 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 따로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그분께서 그 기대를 채워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는 점이 다르지요.
그런 점은 예수님께서 늘 함께 하신 그분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성경에서 예고된 ‘다윗의 자손’으로써, 자신들을 로마의 압제에서부터 해방하여 번영으로 이끌어줄 지도자, 부정과 불의로 가득찬 지금의 세상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줄 왕으로써의 예수님을 필요로 했습니다. 열혈당원 시몬이 그랬고, 길에서 누가 더 높으냐의 문제로 다투었던 핵심 제자들이 그랬습니다. 심지어 가리옷 유다는 예수님께서 자신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그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분을 적대자들의 손에 팔아넘겨 자기 이익을 챙기려고 했지요.
그러나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마태오는 다른 이유로 예수님을 필요로 했습니다.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더 많은 재물을 얻기 위해 예수님을 필요로 했던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마태오는 그런 것들에 깊이 물들어 죄의 그늘 속에서 불행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구해줄 예수님이 필요했습니다. 다른 이들은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예수님을 필요로 했지만, 마태오는 오히려 자기 욕심을 더 철저하게 비우기 위해 예수님을 필요로 했습니다. 예수님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던 이들과는 달리 마태오는 특정한 목적 없이, 엄마가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우리 엄마니까 내 곁에 있으면 되는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예수님을 바라본 겁니다.
예수님은 그런 마음으로 당신께 다가가는 이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바라보십니다. 예수님께 있어서 마태오의 직업이 세리인 것은, 그가 그동안 여러 잘못을 저지른 죄인인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요. 그가 이미 자기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통회했기에, “나를 따라라”라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했기에, 그리고 온 마음으로 당신을 향한 채 나아갔기에 그렇습니다. 이제 마태오는 죄인이 아니라 하느님을 닮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 기대되는 당신의 형제일 뿐입니다. 그런 예수님 앞에서 율법을 기준으로 의인과 죄인을 가르고 차별하던 낡은 관습은 소멸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분의 사랑과 희생 안에서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같은 자녀,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한 형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잘못을 저지르는 이들에게 손가락질 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나와 다른 이들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일도 그만두어야 합니다. 자비와 관용의 마음으로 이웃과 형제를 바라보며 그들에게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