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4일 (수)
(녹)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제자들을 보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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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5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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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07:37 ㅣ No.185058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루카 9,1-6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천주교 신자들은 “야훼 이레”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그 뜻을 압니다. 하느님을 굳게 믿고 그분께 나 자신을 전적으로 의탁하면, 하느님께서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살펴 채워주신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입으로는 ‘야훼 이레’를 외치면서 정작 믿음이 필요할 때가 오면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지 못합니다. 여기 저기 손을 빌리고 부탁하면서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찾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누군가가 ‘왜 그렇게 믿음이 없느냐’고 지적하면, 오히려 ‘당신은 왜 그렇게 현실적이지 못하냐’고, ‘신앙이 밥 먹여주느냐’고 반문하지요. 보잘 것 없는 내 능력을 붙들고 있느라 전능하신 하느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그런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입니다. 예수님은 열 두 제자를 따로 부르시어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칠 수 있는 힘과 권한을 주십니다. 그리고 그들이 복음을 선포하면서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을 알려주십니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마라’는 말씀은 그 어떤 세속적인 것에도 기대지 말라는 뜻입니다. 꼭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려는 마음조차 지니지 말고 철저하게 ‘빈 손’으로, 그리고 ‘빈 마음’으로 떠나라는 명령입니다. ‘빈 마음’이란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을 아무 것도 바라거나 욕심내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입니다. 내 마음이 정말 ‘텅 빈’ 상태가 되어서는 그런 자유를 누릴 수가 없지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항상 나를 충만한 기쁨과 평화로 채워주시는 분을 내 안에 모심으로써 아무 것도 채우지 않았지만 가득 찬 상태가 되는 겁니다. 즉 예수님은 단순히 ‘무소유’를 명령하시는 게 아니라,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된 소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계십니다.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참된 믿음’입니다. 너무나 뻔하고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시겠지만, 사실 그런 믿음을 갖기란 참 어렵지요. 참된 믿음은 하느님께서 존재하심을, 그분께서 세상을 당신 섭리로 이끌고 계심을 그저 나와 직접적인 상관 없는 ‘사실’로 믿는 게 아닙니다. 나를 보살피고 돌보시는 하느님의 자비에, 나를 가장 좋은 길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에 나의 ‘미래’는 물론이고 심지어 ‘목숨’까지 내어맡길 수 있는 결단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참된 믿음입니다. 철저히 ‘빈 손’이 되어야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할 수 있기에, ‘빈 마음’으로 하느님만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기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신 것이지요. 마음 속에 참된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세상 것들을 최대한 많이 소유하고 있어야 걱정을 안하게 된다고 여기지만, 현실에서는 가지고 있는 게 많을수록 오히려 걱정할 것들이 늘어나는 법입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은 참된 믿음을 통해 걱정에서 해방되어, 하느님 품 안에서 완전한 자유와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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