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1일 (금)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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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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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11-19 ㅣ No.186389

휴가 다섯째 날에는 예전에 다니던 '동일 침술원'을 다녀왔습니다. 예전에도 허리가 아프거나, 목이 아프면 찾아가서 치료받았습니다. 원장님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잘 보았습니다. 원장님은 저의 골반이 많이 틀어져서 허리가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예전에 하셨듯이, 침을 놓았고, 골반을 교정하는 치료를 해 주었습니다. 평소에 몸을 자주 풀어주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원장님을 찾아뵙고 치료받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에, 예전에 자주 갔던 '엉클통'이라는 식당에 갔습니다. 식당 사장님은 20년 전에 갔던 저를 알아보았습니다. 세월의 흔적으로 머리는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변했지만, 다른 모습은 그대로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첫 제자인 야고보와 요한에게 '와서 보아라.'라고 하셨습니다. 동일 침술원 원장님은 늘 같은 자리에서 '와서 보라'고 합니다. 원장님을 만난 사람은 건강을 회복하였습니다. 원장님을 만난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원장님에게 배울 것이 많았습니다. 저도 몇 년 동안 다녔지만, 나중에야 원장님이 보지 못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엉클통 사장님도 3번이나 식당의 자리를 옮겼지만, 늘 한결같은 맛과 친절로 '와서 보라'고 합니다. 거짓과 위선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늘 한결같은 사람이 주는 믿음과 성실함은 삶을 살아가는 이정표와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감춘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하셨습니다. 등불을 켜놓고 됫박으로 가려 놓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작년 123일에 비상계엄이 있었습니다. 어느덧 1년이 되어갑니다. 1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핵하였고, 헌법재판소는 그 탄핵을 인용했습니다. 6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한국은 새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성숙한 민주주의, 평화로운 정권 교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유와 민주를 향한 깨어 있는 시민들의 헌신과 열정이 있었습니다. 비상계엄을 막으려는 시민들이 국회의사당에 모였습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려는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 거리에 모인 시민들의 뜨거운 함성이 있었습니다.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던 군인이 있었습니다. 우리 신앙의 여정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박해와 순교가 있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바다를 건너온 선교사들이 있었습니다.

 

소금은 물에 녹아듭니다. 그래서 음식에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물은 소금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줍니다. 소금은 자신을 버리고 기꺼이 물과 하나가 됩니다. 그러나 물과 기름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에 떠 있는 기름은 물에 녹아들지 않습니다. 물은 기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기름 역시 자신을 버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강에 있으면서도 더 넓은 바다로 가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합니다. 물과 기름 같은 관계는 사람들 사이에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공동체가 때로 아픔을 겪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온 신부님이 한국에서의 사목 방침을 고수하면 현지에 있는 신자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현지에 있는 신자들이 한국에서 온 신부님에게 현지의 상황을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한국에서 온 신부님도 마음이 상하게 됩니다. 물과 기름 같은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한국에서 온 신부님이 현지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사제 모임에도 잘 참석하면서 이해하고 경청하면 조금씩 현지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지에 있는 분들이 한국에서 온 신부님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새로운 사목의 방향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면 공동체는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물과 소금 같은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하나가 되어서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나갈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마타티아스는 하느님의 법과 계명을 어기며 이방인의 풍습을 따르는 동족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임금의 왕국에 사는 모든 민족이 그에게 복종하여, 저마다 자기 조상들의 종교를 버리고 그의 명령을 따르기로 했다 하더라도, 나와 내 아들들과 형제들은 우리 조상들의 계약을 따를 것이오.” 그때 정의와 공정을 추구하는 많은 이들이 광야로 내려가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느님을 따르는 마타티아스는 율법과 계명을 지켜 하느님을 따르는 것이 이스라엘 공동체를 살리는 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안타까움에 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의 원수들이 네 둘레에 공격 축대를 쌓은 다음, 너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조여들 것이다. 그리하여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과 기름처럼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신앙이 물과 기름 같은 신앙으로 겉도는지, 물과 소금 같은 신앙으로 풍요로운 신앙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재앙이 아니라 평화를 주노라. 나를 부르면 너희 기도를 들어 주고, 사로잡힌 너희를 모든 곳에서 데려오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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