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내것은 하나도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나는 오늘,
이 삶을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작은 고백 하나 남기고자 합니다.
매일 세수하고, 단장하고,
거울 앞에 서며 살아왔습니다.
그 모습이 '나'라고 믿었지만,
돌아보니 그것은 잠시 머무는
옷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이 몸을 위해 시간과 돈,
애정과 열정을 쏟아붓습니다.
아름다워지기를,
늙지 않기를,
병들지 않기를,
그리고… 죽지 않기를
바라며 말이죠.
하지만 결국, 몸은 내 바람과
상관없이 살이 찌고, 병들고,
늙고, 기억도 스르르 빠져나가며
조용히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랑하는 사람들도, 자식도,
친구도, 심지어 이 몸뚱이조차
잠시 머물렀다 가는
인연일 뿐입니다.
모든 것은 구름처럼 머물다
스치는 인연입니다.
미운 인연도, 고운 인연도
나에게 주어진 삶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니 피할 수 없다면 품어주십시오.
누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서십시오.
억지로가 아니라
가쁜 마음으로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오늘 지금 하십시오.
당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온 마음을 쏟아주십시오.
울면 해결될까요?
짜증내면 나아질까요?
싸우면, 이길까요?
이 세상의 일들은 저마다의
순리로 흐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흐름 안에서
조금의 여백을 내어주는 일입니다.
조금의 양보, 조금의 배려,
조금의 덜 가짐이 누군가에겐
따뜻한 숨구멍이 됩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세상을
다시 품게 하는 온기가 됩니다.
이제 나는 떠날 준비를 하며,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 삶에 스쳐간 모든 사람들,
모든 인연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나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이 삶은 감사함으로 가득 찬
기적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삶에도 그런 조용한
기적이 머물기를 바라며
이 편지를 마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